정부가 통일세를 추진키로 한 것은 지금부터 통일세를 포함한 통일재원 마련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져야 한다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통일재원 마련이 시급하다는 인식이 바탕이 돼 있다. 서둘러 통일세 재원을 마련해야 통일 이후 예상되는 혼란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른 한편으로 정부가 갑자기 통일세를 들고 나온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악화에 따른 북한 내부 급변 사태 가능성이 임박했다는 분석에 따라 대남 정책 변화는 물론 체제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7일 "통일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데 정부는 물론 전문가들의 의견이 상당부분 일치 한다"며 "통일에 대한 사전 준비기간을 감안할 때 통일세 도입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통일세 도입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대통령은 "통일은 반드시 온다"며 "통일세 등 현실적인 방안을 준비해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8.15 경축사 이후에도 직간접적으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통일이 가까워지고 있다"며 통일세 마련 필요성을 언급했다.
통일부 고위 관계자는 "통일세 도입이 북한의 급변 사태에 대비한 것이라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며 "장기적인 통일 준비의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통일세 도입이 명백한 도발 행위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8.15 이후 대남 방송을 통해 "통일세는 북침 야망을 드러낸 대결세"라고 맹비난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통일재원안으로 남북협력기금 활용과 일종의 통일세 개념인 세금 부과 등 큰 틀에서 2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남북협력기금을 앞으로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는 문제를 생각하고 있다"면서 "또 하나로 일부는 세금으로 충당하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고, 세금이 포함되더라도 서민에게 부담이 크게 안가는 쪽으로 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미 설치된 남북협력기금 활용 언급 등을 보면 정부는 통일에 대비해 사전에 재원을 적립해 놓을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협력기금 활용방안은 현재 운용규모가 1조원대인 기금의 미사용액을 통일재원으로 적립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남북협력기금 집행액은 862억5000만원으로 순수사업비 1조1189억1500만원의 7.7% 수준에 불과했다. 집행률이 2009년에는 8.6%, 2008년에는 18.1%에 불과했다.
한편 독일은 구 동독지역 지원을 위해 '연대세'를 도입해 운용중이다.독일은 통일 이듬해인 1991년 소득세나 법인세의 7.5%를 연대세로 부과했으며 1년 만에 폐지했었다. 그러나 1995년 재도입해 지금까지 시행하고 있고, 세율은 1997년부터 소득세나 법인세의 5.5%로 낮췄다.
통일부는 민간 전문기관들이 진행 중인 '남북공동체 기반조성사업' 연구용역 중간결과를 중심으로 통일비용 추계와 이를 바탕으로 한 통일재원안에 대한 정부안을 최종 손질하고 있다.
통일부는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관계부처 등과 통일재원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 정부안은 이르면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내달 광복절께 통일재원 구상을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