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부터 시중자금 ‘블랙홀’로 주목받던 자문형 랩(Wrap)이 수익률 하락으로 투자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품 구조가 다양해지면서 잔고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헤지펀드 등 신규상품 출시로 상대적 관심이 떨어지면서 성장률은 다소 둔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25일 금융투자업계 따르면 국내 주요 14개 증권사의 랩어카운트 계좌수의 월별 증가율은 올해 1월 8.0%를 정점으로 2월 5.5%, 3월 5.0%, 4월 4.1%, 5월 3.3%, 6월 2.7%로 점차 감소하고 있다.
하반기 증시 반등에 대비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랩 잔고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자금유입 규모가 줄어들면서 펀드시장과 격차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실제 지난달 랩잔고는 올 들어 처음으로 1.4% 감소했다. 반면 펀드 설적액은 국내주식형 펀드를 중심으로 한 저가매수세 유입에 힘입어 15일 현재 101조3036억원으로 불어나며 지난해 말보다 0.3% 늘어났다.
랩 어카운트 선두주자들도 ‘베이비 스텝’을 걷고 있다. 삼성증권의 자문형랩 잔고는 올해 1월말 2조8600억원에서 이달 15일 3조4200억원으로 5600억원 늘어났다. 같은 기간 우리투자증권의 잔고는 1조2500억원에서 1조2900억원으로 400억원 증가했다.
문제는 수익률이다. 자문형랩을 대표하는 브레인투자자문은 3개월 수익률이 -0.55%로 코스피 수익률(0.22%)을 밑돌았다. 레오투자자문(-3.94%)도 코스피보다 더 큰 손실을 냈다. 한국창의투자자문 역시 -6.12%로 성과가 저조했다.
전문가들은 랩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어지겠지만 올 상반기와 같은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배성진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적립식 투자는 펀드로, 1천만~1억원 규모의 목돈 투자는 랩으로, 그 이상은 헤지펀드로 투자방법이 다변화됐다고 볼 수 있다”며 “펀드에서 랩으로 자금 이동이 멈추고 두 상품이 동반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펀드 자금이 자문형랩으로 충분히 이동한 상황에서 개인들은 헤지펀드나 사모펀드를 기웃거리고 있다”며 “랩이 과거의 펀드처럼 중심적인 투자상품이 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