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실물에 비해 여전히 낮다. 따라서 장기적·단계적인 접근을 통해 은행의 글로벌화를 비롯해 국내 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태준 금융연구원장은 “국내 금융회사의 수준은 글로벌 플레이어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효과적이고 실질적·안정적 요건을 유지하는 가운데 경쟁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별화 전략 필요= 우선 국내 금융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 1등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창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는 금융산업에 M&A를 위해 자동차산업에서 활용하는 M&A 전략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변형시켰다. 경쟁기업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전략개발 능력과 실행 역량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RBS는 불과 3년이라는 짧은 기간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RBS는 2000년 3월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인‘내셔널웨스트민스터은행(NatWest)’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제조업에서 사용하던 m&a 전략을 금융산업에 적용시키는 창의적 인수 전략을 개발했다.
은행 간 합병 시에는 지점망을 통폐합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RBS는 두 은행의 운영 및 IT망을 통합하는 매뉴팩처링 부서를 설립해 예상을 초월하는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다. 동시에 두 은행이 가지고 있던 지점들은 단 한 개도 폐쇄하지 않음으로써 합병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고객 불편을 최소화했다.
내셔널웨스트민스터은행을 통합하는 과정에서도 RBS는 자신들이 축적한 운영 노하우를 기반으로 최대한 상세한 통합계획을 제시해 M&A의 장애요인이 될 수 있었던 주식시장 관계자, 직원, 기존 주주 모두에게서 신뢰를 확보할 수 있었다.
◇“상황별 적절한 방식 선택”= 이와 함께 현지은행 인수·합병(M&A) 뿐만 아니라 지분투자, 전략적 제휴 등 전략에 맞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예컨대 스페인 산탄데르은행은 적극적인 현지은행 M&A를 통해 세계 152위에서 10위권으로 성장했다. 산탄데르는 라틴아메리카를 주요 공략지로 선정해 2000년 브라질의 바네스파와 칠례의 반코산티에고를 사들였다. 2004년에는 아베이 내셔널마저 인수해 신흥시장으로 본 중남미 시장을 접수했다. 신흥국 소형 금융회사 이후 대형 금융회사 인수를 통해 몸집을 키우는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산탄데르는 소매금융을 위한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남미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산탄데르가 M&A 방식을 썼다면 HSBC는 중국 진출을 함에 있어 지분투자 방식을 택했다. 중국 진출 외자은행 중 선두그룹인 HSBC는 중국 교통은행(19%), 상하이은행(8%) 등에 대한 지분투자를 통해 입지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현지은행 또는 금융기관을 인수한 이후에는 철저한 현지화를 이뤄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인력의 현지화다.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외국 금융사들만 봐도 직원들 대부분은 한국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공략하고자 하는 지역에 맞춰 차별화된 진출 전략을 짜고 상황별로 적절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금융산업에 맞는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