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 할인' 종료 한 달… 정유업계 "기름값 할인 후폭풍 무섭네"

입력 2011-08-0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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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매출 올랐지만 영업익은 급감… 정유사-주유소 간 갈등 점화도

정유업계가 ‘100원 할인’ 정책의 여파로 신음하고 있다. 할인 정책이 종료된 지 약 한 달이 지났지만 각종 변화의 움직임들이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정유업계에서 바라본 가장 가슴 아픈 변화는 실적에 대한 부분이다. 지난 1분기엔 수출 호조 등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했지만, 2분기엔 오히려 실적 악화를 걱정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29일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매출 17조1779억원, 영업이익 451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분기기준 사상최대이지만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62%가 감소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분기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대를 돌파한 바 있다.

회사 측은 이 같은 영업이익 급감을 ‘100원 할인’ 정책의 영향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 부문을 담당하는 SK에너지의 경우, 2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89%나 감소했다. 회사 측은 ‘100원 할인’ 정책으로 약 250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향후 시장 가격 운영은 실제 시장논리와 맞물려 탄력적으로 운영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2분기 실적을 공개한 에쓰오일도 마찬가지로 ‘100원 할인’ 여파를 피해가진 못했다. 에쓰오일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62% 감소한 2418억원이었다. 회사 측은 “정유부문에서 내수 소매가격 인하 등의 영향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이와 함께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실적 악화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 정유업계는 100원 할인의 직격타와 공정위 담합 과징금 등으로 인해 실적 악화가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100원 할인에 의한 정유업계 변화는 순위 변동으로도 나타났다. 만년 2위 GS칼텍스가 SK에너지를 제치고 국내 휘발유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것. 이는 1967년 호남정유로 설립된 후 40여년 만에 처음이다.

업계는 이번 GS칼텍스의 1위 등극 역시 ‘100원 할인’의 여파로 보고 있다. 실제로 100원 할인 실시 전인 올 1~3월 2위 GS칼텍스의 시장 점유율은 31%대에 머물렀다. 이에 반해 1위 SK에너지는 최고 39%대를 육박하는 등 양 사 간의 점유율 격차가 컸다. 하지만 100원 할인이 시작된 4월부터 양사의 점유율 격차가 점점 줄어들더니 5월 1.3%포인트까지 좁혀졌고, 6월엔 역전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카드 할인 방식을 취한 SK에너지보다 할인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공급가 할인 방식의 GS칼텍스 등으로 분산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GS칼텍스 입장에서도 마냥 기뻐할만한 1위 등극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100원 할인의 여파는 일선 주유소들과 정유사 간의 관계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특히 SK폴 주유소들은 최근 100원 할인 이전보다 매출이 20~30% 감소했다며 SK에너지 측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7일엔 ‘SK자영주유소연합’이라는 협의회까지 구성해 SK에너지 측에 단체행동까지 불사할 태세다.

SK자영주유소연합 관계자는 “타 정유사 주유소들은 100원이 싼 기름을 한 달 정도의 재고분으로 갖고 있어 공급가 할인을 받지 못한 SK주유소들은 이에 맞설 가격경쟁력이 없다”며 정유사 측의 지원을 촉구했다.

이들 SK자영주유소연합 관계자들은 오는 12일 SK이노베이션 본사까지 방문할 예정이다. 100원 할인 과정에서의 손실 보전과 공급가격 인하에 대해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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