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외화유동성 확보를 강하게 주문해오던 금융당국이 발언수위를 다소 조절했다.
이는 은행들의 ‘채비’를 독려하려는 의도가 마치 우리나라에 외화유동성 위기 징후가 있는 것처럼 잘못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8일 “은행 외화유동성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개선됐다”며 “여러 면에서 점검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이어 ‘금융기관 외화유동성 특별점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은행들의 외화유동성 확보를 주문한 것과 관련,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미리 점검하고 준비하자는 차원이지, 문제가 있어서 그러는 게 절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최근 “외화유동성 문제는 (잘못되면) 나라를 망하게 한다”며 “은행들이 아무리 ‘우리는 괜찮다’고 해도 절대 믿지 마라. 내가 세 번이나 속았다”고 지적했던 것과 사뭇 다른 어조다.
권 원장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한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상했다.
권 원장은 “미국의 국가부채 문제와 신용등급 강등은 리먼 브러더스처럼 대형 금융기관이 쓰러졌을 때와는 달리 글로벌 신용경색 사태로 흐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주요 20개국(G20) 차원에서 대응하는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리먼 사태 때와 달리 우리나라의 실물경제 지표가 좋고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수익성도 괜찮다”며 “우리나라가 위기에 빠질 이유가 없는 만큼 쓸데없이 불안감을 부추길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권 원장은 주식시장 급락과 관련해서도 “독일과 우리나라의 주식이 많이 빠졌는데, 이는 그동안 펀더멘털(기초 여건)이 좋아 많이 올랐던 데 대한 차익실현의 유인도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