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미국 휴대폰업체 모토롤라를 인수한다. 세계 최대의 검색엔진과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소유한 구글이 휴대폰 제조업체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지각변동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특히 구글이 휴대폰 제조업에 뛰어들어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우리 기업들은 아이폰 등장에 이은 또 한번의 '빅뱅'을 맞이하게 됐다. OS와 스마트폰 제조 결합이 대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구글과 모토로라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 주식을 12일자 종가에 63%의 프리미엄을 얹은 주당 40달러에 인수하는 방안에 대해 양사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올해 1월 모토로라의 휴대폰 부문이 분사돼 만들어진 회사다. 올해 2분기(4∼6월)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4%로 7위를 차지했다. 모토로라의 시장점유율은 1위 애플이나 2위 삼성전자와 비교해 높지 않지만 통신 관련 특허는 1만7000여 개를 보유해 노키아의 2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구글이 모토로라 인수를 통해 본격적으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특허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회사를 보유하면서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휴대폰 업계와의 경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유독 안드로이드 의존가 높았던 우리 기업들의 약점이 부담으로 작용될 전망이다. 세계 2위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지난 2분기 국내에서 켈러시S2를 전략적으로 판매하고, 팬택과 LG전자도 안드로이드 OS인 베가와 옵티머스 시리즈만 판매하고 있다.
가트너의 올 2분기 세계 스마트폰 OS 점유율 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 바다는 고작 1.9%를 기록했다. 안드로이드(43.4%)와 애플 iOS(18.2%)와 비교해 아직 갈 길이 멀다. 여기에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구글비중도 역시 상당하다. SK텔레콤의 안드로이드폰 판매 비중은 80%에 육박하고 있다.
KT역시 최근 안드로이드폰 판매 비중이 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이 자회사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띄우겠다고 안드로이드 외부 공급을 끊으면 삼성전자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되는 이유다.
그러나 구글은 당장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안드로이드를 계속 개방 플랫폼으로 공급할 것"이라며 우군 안심시키기에 나섰다.
이에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이번 구글의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를 안드로이드 생태계 발전을 이유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향후에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계속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스마트폰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대승적 입장은 언제든 바뀔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편 스마트폰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애플에게는 거의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구글은 이미 HTC와 삼성전자 등과 손잡고 넥서스폰으로 휴대폰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소비자들이 별다른 호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이폰에 대한 대항마가 되지 못한 셈이다.
글리쳐사의 브라이언 마샬 애널리스트는 "휴대폰에 관한 한 모토로라가 구글보다 훨씬 더 많은 노하우가 있지만 구글이 이를 완전하게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애플이 안드로이드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구도는 복잡해질 수 있다. 다만 애플이 이미 모토로라에 대해서도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애플이 받는 타격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애플이 다음번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의 지도나 검색서비스에서 구글을 배제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