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놓는 신제품마다 시장의 외면을 받고 기존 제품의 시장점유율도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는 등 영업 실적이 나아질 기미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보유 부동산까지 내다 팔 정도로 재무구조가 악화돼 있는 것도 하이트-진로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17일 하이트맥주의 주가는 9만2200원으로 끝났다. 2009년 5월(18만원대)에 비해 반토막이 났고, 2010년 최고가 수준인 16만원대에 비해서도 형편없는 수준이다. 2008년 10월 세계금융위기 때도 22만원대를 기록했던 하이트맥주는 지난 11일에는 약 1/3 수준인 8만7000원까지 주저앉으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과거의 화려한 명성에 시커멓게 먹칠을 했다.
그룹 계열사인 진로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2009년 10월 재상장 당시 공모가인 4만1000원을 2010년 이후 단 한번도 넘지 못한 건 그렇다치러다도 한 번도 내주지 않았던 3만원선이 붕괴되는 등 재상장 후 최저가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일 진로는 장중 2만8350원으로 최저가를 기록했고, 11일에는 2만96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17일에는 3만1250원으로 다시 3만원선을 회복했지만 단순 기술적 반등에 그칠 경우 3만원대를 다시 내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증권가에서는 하이트맥주와 진로가 통합을 앞두고도 주가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지속적인 점유율 하락과 통합 이후에 나타날 시너지 조차 불투명하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모 증권사 식음료 업종 한 애널리스트는 “하이트맥주와 진로가 오는 9월 통합한다 하더라도 실적이 뒷받침하지 않는다면 주가 상승을 낙관하기 힘들다”며 “특히 하이트맥주의 실적개선이 가시화되지 않는다면 합병을 하더라도 시너지를 장담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하이트맥주의 시장점유율은 올 5월 현재 51.9%까지 떨어졌다. 2006년 59.7%를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진로 역시 2009년 48.8%로 주저앉았고 올 5월에는 48.2%로 좀처럼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1~2년간 내놓은 신제품들도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다. ‘드라이피니시d’출시와 동시에 막대한 비용을 써가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했지만 출시 첫 달 27만 상자를 기록한 이후 한번도 30만 상자를 넘지 못했다. 올 5월까지 시장점유율은 1%대로 초라하다. 15도대의 저도소주인 ‘즐겨찾기’역시 출시 첫달 11만6000상자를 출고한 후 올 5월에는 1/10 수준인 1만 상자대로 주저앉았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도 떨어지고 신제품들도 시장에서 외면받는다면 통합의 시너지는 미미할 것”이라며 “박문덕 회장의 극약처방이 성공할 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