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42년 독재가 사실상 끝났지만 서방은 카다피 이후 리비아를 누가 이끌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군 대표기구인 과도국가위원회(NTC)가 권력 공백을 메울 임시 정부 역할을 하면서 서방의 지원 하에 민주주의로 변모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일각에서는 리비아 사태가 시민들의 민주화 혁명이라기 보다는 부족 및 지역간 갈등이 중동 민주화 물결을 타고 반 카다피 투쟁으로 비화한 것이라며 카다피의 몰락이 새로운 분열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피살된 반군 최고사령관 압둘 파타 유네스 대장이 반군 내부의 반대 세력에 의해 사살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NTC는 심각한 분열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외교안보연구원의 인남식 교수(중동정치·테러리즘 전공)는 “카다피가 물러나더라도 500여개 부족으로 구성된 리비아에서 카다피를 지지하는 부족과 반대하는 부족간의 분쟁이 계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 교수는 “리비아 사태의 이면에는 동·서간의 지역갈등과 부족간 갈등이 있다”면서 “이번에 카다피 체제 하에 억눌려 있던 동부의 옛 왕족 후예들이 아랍의 봄 바람을 타고 봉기를 주도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내전 양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서방이 상정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혼란을 틈타 리비아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발호하는 것이다.
그동안 카다피 정권은 미국이 주도해온 대 테러전의 중요한 협력자인 한편, 유럽에게는 석유 공급원이자 아프리카 난민의 대량 유입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카다피 정권이 붕괴한 이후 리비아 상황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극단주의 세력으로 분류되는 ‘리비안 이슬라믹 파이팅그룹(Libyan Islamic fighting group)’등이 다시 발호할 수 있다는 것이 서방의 최대 걱정거리다.
전문가들은 리비아 민간인 보호를 명분으로 공습을 주도한 프랑스, 영국과 이를 측면지원한 미국 등 ‘포스트 카다피’ 시대 안정에 어느 정도 관여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이 리비아 재건에 충분한 자금을 공급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