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최고 경영자 스티븐잡스의 갑작스런 사임으로 삼성전자가 급등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속앓이를 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D램시황 악화를 이유로 잇달아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 글로벌 수요 확대 기대감에 최고 125만원에 육박했던 목표주가는 최근 들어 90만원선까지 낮아졌다.
25일 오전 9시 30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일대비 2만9000원(4.10%) 오른 73만7000에 거래되고 있다. 씨티그룹, 메릴린치 등 외국계증권사 창구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스티븐잡스 사임에 따른 반사익 기대감과 네덜란드 특허소송 판결이 오히려 삼성전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되면서 투심을 자극하고 있다.
백종선 현대증권 연구원은 “애플에 대한 잡스의 영향력이 일반 CEO와 다르단 점을 감안할 때 잡스의사퇴는 글로벌 경쟁을 하는 한국 업체들에는 좋은 뉴스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두가지 이슈가 삼성전자 실적 및 주가 추세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신현준 동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되는 스마트부분에서 호재가 발생하면서 실적 기대감이 주가를 견인하고 있지만 추세를 뒤집을 만한 이슈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D램시황 악화다. 이에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잇달아 하향조정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23일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악화가 4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115만원에서 92만원으로 내려잡았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반도체업체들의 실적은 4분기까지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삼성전자 주가가 추가적으로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나 추세적인 상승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HMC투자증권 역시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실적 전망치 하향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100만원에서 93만원으로 조정했다. 지난해 125만원으로 업계 최고점을 제시했던 LIG투자증권도 담당 애널리스트가 변경되면서 목표주가를 115만원으로 내려잡았다.
대우증권도 4분기까지 실적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12만원에서 110만원으로 하향조정했다.
송종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통신 부문의 영업이익은 스마트폰 출하 성장 지속에 따라 상당히 견조할 전망이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의 점진적인 하락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글로벌 경쟁사들의 감산에 따른 D램 가격의 의미 있는 변화는 올 연말 이후에나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진국 경기침체가 아시아시장까지 확산되는 최악의 경우 62만원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승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침체의 정도가 심해지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다면 주가는 62만원까지 밀릴 수 있다”라며 “물론 휴대폰 및 TV 시장에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음을 감안하면 현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독점적 위치를 감안하면 추가 급락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란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성인 키움증권 연구원은 “D램 가격 급락으로 3분기에 메모리의 실적이 일시적으로 부진할 것으로 보이나 여전히 글로벌 경쟁사 대비 독주가 예상된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