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대 규모의 쇄빙상선을 개발했다. 1.7m 두께의 빙하를 뚫고 6노트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이번 쇄빙선은 19만톤급 철광석 운반선이다. 현재 나와 있는 쇄빙상선의 최대규모는 7만톤급. 현대중공업은 이번에 두 개의 특허를 출원하며 기술력에서 경쟁사보다 한 발 더 앞서게 됐다.
대우조선해양도 최근 세계 최대 규모의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 재기화 설비(LNG-FSRU)를 수주했다. 대우조선이 건조하는 LNG-FSRU는 기존 LNG선에 세계 최대 용량의 재기화 시스템을 탑재, 장기간 안정적으로 가스를 공급하도록 독자적으로 설계됐다.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불황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다 올 상반기부터 지속적인 명품 기술력과 신기술 개발에 힘입어 약진하고 있다. 이같은 기술개발은 곧 특허 출원으로 직결된다.
현재 국내 조선업체 중 가장 많은 특허권을 보유한 기업은 단연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3542개의 특허를 출원했다. 올해 1-4월에만 346건의 특허권을 출원하며 독자기술 확보의 최전방에 서있다.
현대중공업은 에너지 절감기술 부문에서 선박용 추력날개, 건조공법에서는 육상건조기법 등의 특허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용접기술에서는 지난 6월 출원중에 있던 디지털 용접기술이 현재 출원이 허가돼 등록단계에 있다. 특허 등록까지는 약 1년이 걸릴 예정이다.
지난해 특허출원 1099건을 달성하며 연간 특허 1000건 시대를 연 삼성중공업은 올해 같은 기간 318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지난 10년 간 출원한 특허는 총 3133건이다. 삼성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플로팅도크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방법과 자동본딩 장치 등을 보유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올해 같은 기간 83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세계 최초 복수의 해상 크레인 동기화 작업 시스템 특허를 가진 업체는 대우조선이다.
조선업계가 이처럼 특허권 소유에 사활을 거는 데는 다른 업체들의 특허를 사용해 발생한 로열티를 지불할 필요가 없어 부담을 덜 수 있어서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은 지난 2007년부터 2009년 말까지 미국 트랜스오션사와 드릴쉽 특허침해 손해배상소송을 한 바 있다. LNG 화물창 구조의 원천특허를 보유한 프랑스 GTT는 국내 조선사들에 1척당 100억 이상의 로열티를 요구해 지난 5년간 총 1조원 이상의 로열티를 지불했다. 업계는 한바탕 홍역으로 특허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 셈이다.
특허 출원은 또 제2의 수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는 자사의 독자적인이고 차별적인 기술을 보여주는 동시에 선박에 특허에 대한 원가가 반영되거나 타 업체에서 자사의 특허기술을 사용할 때 로열티가 발생해 추가적인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조선업계는 자사의 특허 출원과 관리 등을 전담하는 조직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식재산실, 대우조선해양은 기술기획파트, 삼성중공업은 기술기획팀이 각 업체의 특허 관련 엽무를 담당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체들의 이같은 획기적인 기술 축적으로 세계 조선업계에서 저가 전략을 펼치고 있는 중국 조선업의 입지는 더 좁아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금융위기를 틈타 저부가가치의 중소형 벌크선을 앞세워 부상했다"며 "올해 드릴십,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도의 기술력은 요구하는 국내 고부가가치 선박 발주량이 늘어난 만큼 중국조선 업체들의 설 자리는 다소 좁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