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여성도 최고경영자가 돼야 한다”는 발언이 나오면서 여성들의 역할 확대론이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별이라고 불리는 임원 승진의 경우 여성들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직원 1000명 이상의 대기업(2010년 기준) 임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4.7%에 그쳤다. 지난 2007년(1.5%)에 비하면 3배 이상 늘어났지만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여성 임원도 전체 1760명 가운데 34명으로 1.9%에 불과하다.
‘기업의 별’로 불리는 임원자리에 오르기도 힘들다보니 대표이사까지 오르는 경우는 더욱 희박하다. 여성 대표의 비율은 평균 2.1% 수준이다. 제조업(2.4%)과 금융업(4.2%) 만이 평균 이상으로 조사됐다.
여성 고위직이 희박한 이유는 승진이나 승급과정에서 여성들이 상대적인 차별을 받기 때문인 것으로 인식됐다.
여성의 31.5%가 승진이나 승급에서 차별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남성도 24.2%나 여성이 승진이나 승급심사에서 불이익을 받는다고 답했다.
이처럼 여성이 상대적인 차별을 받는 이유는 크게 ‘남성 위주의 조직문화’와 ‘출산·육아 부담’으로 압축될 수 있다.
개인의 업무수행능력보다는 남성위주의 기업구조와 조직문화 등이 여성의 승진을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여성이 사회생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출산·육아 등의 지원이 활발하지 못한 점도 여성 고위임원이 희박한 이유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건희 회장의 여성역할 확대발언이 재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 회장은 수시로“여성 인력을 활용 못하는 것은 자전거 두 바퀴 중 하나의 바람을 빼고 가는 것과 같다”고 말할 만큼 여성 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삼성그룹 역시 여성인력이 고위직에 오른 경우는 드물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사상 최초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여성 사장에 오르기는 했지만, 오너 2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재계 1위인 삼성그룹도 여성사장이 탄생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재계 중론이다.
하지만 이 회장의 여성역할 확대론이 나오고, 여성대졸공채가 시행된 지 약 20년이 가까워오면서 삼성그룹 내 여성임원의 숫자가 늘어나고, 이는 다른 그룹들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우수여성인력들이 대거 입사하고 있고 여성의 사회활동을 지지하는 사회분위기가 확대되고 있다”며 “여성 임원들의 수가 많아지다보면 향후 10년 내에는 대기업에도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성인력의 적극적인 활용을 위한 제도적인 개선이 없이는 여성역할 확대가 불가능하다”며 “소수의 여성인력을 고위직에 임명하는 상징적인 조치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