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착화된 통신시장을 재편하겠다던 KT의 꿈이 좌절됐다. 1.8㎓ 대역 주파수 확보로 향후 4세대 통신기술 LTE(롱텀에볼루션) 시장에서 SK텔레콤 중심으로 형성된 통신시장을 파괴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29일 SK텔레콤의 써낸 9950억원의 입찰가에 무릎을 꿇었다. 이번에 매물로 제시된 1.8GHz 대역은 차기 핵심 전략사업으로 꼽고 있는 LTE 사업에서 양사의 운명을 뒤바꿀 수 있는 주파수 대역으로 삼았다.
KT는 이번 경매가 이미 시장에서 고착된 SK텔레콤 주도의 통신시장 판도를 깰 수 있는 더없는 기회로 삼았다. 1.8GHz 20MHz 폭에 또다시 동일 대역대 20MHz 폭을 추가할 경우 LTE 시장서 확실한 서비스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채널당 대역폭이 넓어질수록 최대 전송속도가 높아진다. KT가 1.8GHz를 확보할 경우, 3세대보다 7배 이상 빠른 무선인터넷 속도를 가진 4세대주파수를 가지게 됨으로서 LTE 초기 시장에서 SK텔레콤을 압도하는 전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KT는 기대와 달리 이번 경매에서 쓴맛을 봤지만 현재 LTE용으로 900MHz 대역(20MHz)과 올 하반기 2G 서비스 종료를 전제로 1.8GHz 대역(20MHz)을 보유하고 있어 절박한 상황으로 몰고 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같은 이유가 사상최대 출열경쟁으로 막을 내린 이번 주파수 경매에서 KT의 책임론으로 몰아가고 있다. SK텔레콤보다 절실하지도 않은데 폭탄돌리기를 일삼아 '승장의 저주'와 같은 결말로 이끌었다는 시각에서다.
실제로 KT가 주파수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못해 갈팡질팡하면서 경매를 과열시켰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 방통위의 주파수 할당에서 KT는 4G LTE용으로 900㎒를 선택했다. 당시 할당심사 1위를 차지한 KT는 800㎒, 900㎒, 2.1㎓ 중 선택권이 있었는데 900㎒를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뒤늦게 900㎒가 LTE용으로 적합하지 않은 것을 알아차린 KT는 900㎒를 방치한 채 올 초부터 2.1㎓ 확보에 열을 올렸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후발사업자인 2.1㎓를 LG유플러스 몫으로 정하자 다급히 자회사 KT파워텔이 사용하던 800㎒를 회수해 자신들이 사용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정작 KT는 방통위가 800㎒를 경매에 올렸지만 800㎒는 입찰도 하지 않은 채 SK텔레콤과 1.8㎓ 경매전에 뛰어들었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도 KT와 LG유플러스는 이미 4세대용 주파수를 40MHz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KT로서는 절실할 이유가 없다며 KT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