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협력을 내세우고 있는 은행들의 한 숨이 깊어져가고 있다. 미국발 위기로 인한 경기불황으로 기업들의 투자가 적극적이지 않은데다 최근 가계대출 문제로 대출관리를 해야하는 만큼 중소기업 대출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 등 주요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303조173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말(290조5838억원) 보다 불과 4.33% 증가한 수준이다. 반면 대기업의 경우 지난달 말 59조1452억원으로 지난해 말(52조8554억원)보다 11.9% 늘어났다.
은행들이 중소기업 상생을 내세우며 상생 대출 상품, 서비스를 제공해 오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눈에 띄는 성과는 얻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각각 5월말(65조8582억원)과 4월말(60조8000억원) 이후 되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들의 중기대출을 확대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가계부채가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 마저 하향조정되면서 경기 불황 장기화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져 가고 있다. 문제는 경기가 나쁠 수록 중소기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대기업이 중소기업 지원에 머뭇거린다는 점이다. 게다가 대기업이 투자보다는 자금확보에 주력하면서 중소기업과의 협력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A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기업들이 ‘수출-자금-설비투자-생산- 수출’ 사이클을 돌았는데 지금은 설비투자 단계 전에서 멈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은행은 대기업에게 중소기업 관련 자료를 제공하지만 한 번에 지원을 하겠다는 곳은 없다”며 “중소기업 가운데 도움을 받았다는 곳은 10% 수준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가계부채 문제로 인한 대출 관리도 고려해야 해 중소기업 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B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억제로 예대율을 맞추기 위해 기업쪽 대출을 늘려야 하지만 은행들이 우량 중소기업을 선호하는 이상 대상 선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