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이 한국전력의 새 사장에 선임됐다. 지난달 29일 퇴임한 김쌍수 전 사장에 이어 2번째 민간 출신 사장이다. 한전은 16일 오후 2시 본사에서 임시주총을 열어 임원추천위원회에 의해 추천된 김중겸 사장 후보의 선임 안건을 처리했다.
김 사장은 건설업계에서 그의 경영능력은 이미 검증받았다. 그가 이끄는 동안 현대건설은 매출이 7조원에서 10조원대로 급성장했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을 맡았을 때도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3배, 5배 가량 늘렸다.
하지만 그가 한전 사장에 오르게 된 것을 두고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경영자로서 능력은 검증됐지만, 전력전문가가 아닌 만큼 새로운 도전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그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는 전기요금 현실화다. 지난 8월 전기요금을 4.9% 인상했지만 원가보상률은 90.3%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한전은 올 상반기 1조636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예상되는 순손실만 2조원이 넘는다. 정부는 물가인상 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추가 인상에 소극적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4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할 처지다. 올해 부채비율이 150%까지 차게 되면 한전의 신용등급도 하락할 수 있다.
전기를 팔면 팔수록 적자가 누적되는 요금 구조는 이미 소액주주들의 소송을 불러왔다. 14명의 주주들이 2조800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자 김쌍수 전 사장은 “패소하면 (내가) 정부를 상대로 소송할 수밖에 없다”고 반기를 들기까지 했다.
특히 전임 김쌍수 사장이 전기요금 현실화 이슈를 공론화시키면서 물러난 터라, 그로선 더 부담일 수 밖에 없다. 대정부 교섭력이 어느 정도나 발휘될 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와 함께 김중겸 사장 취임을 계기로 제 2의 원전 수주 여부도 관심사다. 지난 2009년 현대건설 사장 시절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자력발전소 수주 때는 보름 이상을 현장에서 지내고 20~30년간 원전만을 지어온 베테랑 엔지니어들과 모든 시공 과정을 하나씩 검토하는 등 원전사업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또 전력 수요예측 실패로 전국에 혼란을 초래한 전력공급 및 비상시 대책 수립도 김사장의 과제로 남아 있다.
한편, 일각에선 이명박 대통령과의 두터운 친분 때문에 낙점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김 전 사장은 경북 상주 출신으로 ‘TK-고려대’인맥이고, 현대건설에선 16년간 이 대통령과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