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홍준표 두 전·현직 대표가 막다른 골목에 처했다.
나경원 최고위원 대안으로 김황식·맹형규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본인의 고사와 청와대의 강경한 반대에 부딪혀 불씨는 이내 사그라졌다. 여전히 외부에서 눈을 돌리지 못한 채 찾은 희망이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었다.
박원순 변호사의 맞춤형 성격이 짙던 이 전 처장을 영입키 위해 “당신이 최적이다. 대안이 없다”고까지 했지만 기대했던 돌풍은 일어나지 않았다. 각 언론이 지난 주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박 변호사에게 큰 격차로 패함은 물론, 여권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에서도 나 최고위원의 상대가 되질 못했다. 당 여의도연구소가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 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자 두 사람은 출구전략을 쓰며 나경원 카드로 선회했다. 김정권 사무총장은 19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처음부터 (야권 방식의) 2단계 경선(先 당내경선 後 통합경선)을 생각해 본 적도 없다”면서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를 내겠다는 게 공식입장”이라고 말했다. 입당 거부 의사를 밝힌 이 전 처장을 향해선 “물가에 소를 억지로 끌고 갈 순 있어도 물을 먹일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불쾌감을 내비친 뒤 “후보 접수 마감일인 23일까진 기다리겠다”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박 전 대표의 복심 유승민 최고위원은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떤 후보를 내더라도 당 지도부가 급식이나 보육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하고 우리 후보는 그 입장으로 선거에 임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복지 포퓰리즘에 맞선 ‘성전’에, 오세훈 전 시장을 성전에 홀로 임한 ‘계백’에 빗대며 당의 전면 지원을 주장한 나 최고위원의 입장 변화를 촉구한 것. 이는 박 전 대표의 명분 있는 선거 지원을 위해 퇴로를 연 것이다.
당초 ‘비토’에서 크게 변화된 기류에 수도권의 한 소장파 의원은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결국 나경원이 이겼다”고 말했고, 나 최고위원을 지원했던 정몽준 전 대표측도 “버린 카드를 집어 들어야 하기 때문에 양측 모두 난감해 할 것”이라고 웃음을 띠었다.
나 최고위원은 그간 “당이 하나가 돼 지원할 수 있는 후보여야 한다”면서 박 전 대표와 홍 대표의 입장 변화를 기다려왔다. 검증된 대중성과 지지도를 무기로 버티기에 돌입했던 것. 나 최고위원은 22일 출마를 공식선언, 후보 논쟁에 쐐기를 박는다는 방침이다. 김충환 의원이 출마선언을 하며 경선전에 뛰어들었지만 흥행과 모양새 등을 고려할 때 나경원 추대로 갈 공산이 크다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한편 이 전 처장은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20여개 보수단체들이 지지하는 추대 형식을 빌어 시민후보로 뛰어든다. 그는 홍 대표에게 “아무리 정파싸움이 있더라도 사람을 초대해 놓고 이럴 수 있느냐”고 따진 통화내용을 언급하며 “불과 이틀 됐는데 지지도가 낮다고 ‘버릴 카드’라고 주장하는 정치계에 환멸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가 독자출마를 고집할 경우 여권의 선거 패색은 더욱 짙어질 수밖에 없다.
당내 일각에선 “오세훈의 패전을 이어갈 순 없다” “강재섭 악몽을 되풀이해야 하느냐” 등 정운찬 전 총리 영입을 통해 반전을 시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실낱처럼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