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지만 외환당국은 이렇다할 조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외환시장에 섣불리 개입했다가 외국인이 낮은 가격에 달러를 사게 해주는 꼴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 급등에도 이렇다할 대책은 없어 외환위기가 다시 올지도 모른다는 염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달러당 11.40원 오른 1148.4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종가는 지난해 12월24일 1149.00원 이후 9개월만에 최고 수준이다.
원화가치는 국내 경기 상승세로 8개월에 걸쳐 1050원대까지 올랐다(환율 하락). 하지만 일주일새 100원 가까이 급락하며 이를 모두 반납했다.
지난달 정부가 “지난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며 환율 급등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지만 금세 상황이 뒤바뀐 것이다.
외환당국은 환율 급등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지난 15일 1년5개월만의 구두개입에 이어 이번주에도 달러 매도 개입을 강도 높게 단행했지만 원화값 급락세를 막지 못했다.
이날도 외환당국은 최소 10억달러 이상의 달러를 매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1050원대 방어선을 간신히 지켜내는데 그쳤다. 환 차익을 노린 역외 투기세력은 여전히 달러 매도에 집중하고 있다.
환율 급등으로 당장 물가에 비상등이 켜졌다. 수입물가가 상승은 원자재가격 상승을 부추겨 기업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상장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전년 동기 수준(8.0%)을 크게 밑돈 5.5%에 그쳤다.
수입물가 상승은 소비자물가에도 순차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4분기에도 물가가 안정화될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더군다나 환율은 당분간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0~21일 열리는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유로존 재정위기 불안을 줄일 특단의 대책은 나오기 어려울 전망이다.
FOMC에서 단기 국채를 매도하고 장기국채를 매수하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정도의 대책이 나올 것으로 관측되지만 이는 충분치 않다. 미국의 경기부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에 국한될 뿐이기 때문이다.
8월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도 복병이다. 경상수지가 17개월만에 적자로 돌아서면 외환시장을 방어할 실탄마저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실물과 금융 양측에서 환율에 우호적인 재료는 없는 셈이다.
조재성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나라에 외환위기가 다시 찾아올 것이란 데 시장참여자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며 “위기가 올 것이란 전망이 커지면 들고 있던 달러를 파는 것을 꺼리게 돼 환율은 추가 급등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