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이 23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엔에 정회원국 지위를 공식 요청했다.
유엔 당국자들은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이날 오전 11시35분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지위를 요청하는 서류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제출했다고 밝혔다.
압바스 수반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 “신뢰와 구체적인 시간표가 없는 협상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미국 등 서방 국가의 만류에도 유엔 정회원국 지위를 신청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전날 “미국 정부는 우리 계획을 방해하려 온갖 수단을 동원했지만 독립국 지위는 우리의 권리이기 때문에 계획대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팔레스타인의 이같은 방침은 유엔 무대에서 정회원국 신청을 통한 정면대결 방침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됐다.
예상대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신청서 제출에 강하게 반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팔레스타인의 유엔 가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유엔 총회 연설에서 “팔레스타인은 유엔에 정회원국 지위를 신청함으로써 우리의 평화 제의를 거부했다”며 “평화는 유엔의 결의안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고 비판했다.
안보리는 26일부터 팔레스타인의 정회원국 지위 신청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지만 표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표결이 이뤄지더라도 팔레스타인의 정회원국 가입은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이 팔레스타인의 정회원국 가입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의 정식 회원국이 되기위해서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안보리 상임 이사국의 거부권 행사 없이 15개 이사국 가운데 9개국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유엔총회가 개막한 21일 기조연설에서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신청에 대해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거듭 확인했다.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가운데 영국과 프랑스도 팔레스타인의 요청에 거부권을 행사 또는 기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팔레스타인이 안보리에서 정회원국 신청이 부결될 경우 현재의 ‘표결권 없는 옵서버 단체’에서 옵서버 국가로의 지위 격상을 요청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표결권 없는 옵서버 국가의 지위를 얻으면 유엔의 국제기구 회의에 참여할 수 있고 이스라엘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할 수 있는 등 국제무대에서의 보폭을 넓힐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