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둔화로 내년에는 실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가 크게 위축되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력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은 19일 한국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였으나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기 둔화로 다시 성장세가 꺾이면서 실제 국내총생산(GDP)이 잠재 GDP를 밑도는‘디플레이션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3.6%로 전망하고 잠재성장률인 3.8%를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연구소는 이에 따라 실질 GDP에서 잠재 GDP를 뺀 GDP갭도 -7조7000억원으로 올해 -5조9000억원보다 확대될 것으로 추산했다.
GDP갭은 플러스(+)면 인플레이션갭(inflation gap), 마이너스(-)면 디플레이션갭(deflation gap)이라고 한다. 인플레이션갭 상태면 수요가 경제의 공급 능력을 초과하는 것으로 그 만큼 물가 상승압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디플레이션갭이면 생산 능력을 다 써보지도 못한 채 경기침체에 빠졌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GDP갭은 경기부양 또는 긴축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로 이용되지만, 현재 정부와 한은은 이와 관련된 통계를 공식적으로 집계·발표하지 않는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추정한 실질 GDP와 잠재 GDP 차이는 2008년 4조2000억원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2009년 -29조9000억원으로 급감, 인플레이션갭에서 디플레이션갭으로 전환됐다.
LG경제연구원 역시 내년에 디플레이션갭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내년 잠재성장률은 3% 후반에서 4% 초반으로 추산하고 있으나 실제 성장률은 3% 후반에 그칠 것으로 본다”면서 “디플레이션갭이 커지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GDP갭이 지난해 말 마이너스에서 올해 초 플러스로 전환된 것으로 추정했으나 글로벌경기 둔화에 따라 다시 마이너스 방향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디플레이션갭이 커진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경제가 위축되고 국민의 소비 여력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 폭은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