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이상한 복수전공제' 논란

입력 2011-10-28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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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교 노어과 나왔는데 졸업증명서에 본교 경영학과로?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외대 용인 캠퍼스 소수어과 출신인데 서울 본교 경영학 타이틀로 모 기업에 입사한 사람이 있거든요. 용인 캠퍼스에서 아랍어과를 나온 A 방송국의 아무개 아나운서도 그런 케이스라고 들었어요” 한국외대 정보포탈 ‘홉스라이프(hufslife.com)’에 올라온 게시물 내용이다.

한국외국어대에서 본교와 분교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복수전공제도를 두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관련 인터넷 게시판과 각종 커뮤니티 등에는 이 제도와 관련한 재학생들의 게시물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27일 한국외대 총학생회 등에 따르면 이 대학 서울캠퍼스 학생들은 복수전공제도 운영과 본교와 분교 통합 절차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지난 26일 오후 본관 일부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문제가 된 학사제도는 ‘복수전공제도’로 주전공을 4년 수학 후 추가로 1년 다른 전공을 수학하면 복수의 학위를 수여하는 제도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같은 캠퍼스 내에서 다른 전공을 선택하는 학사제도는 ‘이중전공’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학생들이 지적하는 부분은 특히 용인 캠퍼스로 입학한 학생이 서울 캠퍼스에서 복수전공을 하는 경우 각종 증명서가 서울 캠퍼스 졸업생과 차이가 없다는 것. 용인 캠퍼스 노어과에 입학하고 서울캠퍼스에서 경영학을 복수전공한 경우와 서울캠퍼스 경영학과에 입학해 용인캠퍼스에서 노어과를 복수전공한 경우 졸업증명서에는 똑같이 ‘1전공 경영학, 부전공 노어’로 표시된다.

사실상 서울에서 용인으로 내려가는 학생은 없고 용인에서 서울로 오는 학생만 많을 수밖에 없다. 외대 총학생회는 매년 서울로 올라오는 분교생의 수가 4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분교생들의 학벌세탁을 위한 도구로 전락해 버렸다는 비판도 제기되는 등 '학위 장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외대는 입시홍보책자 등에 ‘4+1제도, 용인에서 4년 후 서울에서 1년이면 서울 학위 취득가능’ 식으로 제도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인기가 많은 경영학과의 경우 입학정원은 140명, 서울 캠퍼스 내 타과생들이 이중전공을 할 수 있는 정원이 210명인 반면 분교에서 올라오는 복수전공 정원은 약 300명이다. 분교생보다 본교생에게 더 어려운 관문이 될 수밖에 없다.

정민형 서울캠퍼스 총부학생회장은 “이중전공 문턱은 높은데 복수전공은 낮아서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캠퍼스 학생들은 △관련 증명서에 원적 표기 △복수전공 인원제한 △거시적인 인프라 구축 등 3대 요구안을 제시한 상태다. 서울캠퍼스 총학생회는 이번 주말까지 학교 측으로부터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할 경우 무기한 수업 거부 등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윤수 한국외대 기획처 전략기획팀장은 “복수전공에 대한 불만 사항이나 제도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는 학교측에서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본교는 물론 분교의 의견도 반영해 관련 위원회를 통해 실질적인 개선안을 마련했고 현재 최종 검토 과정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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