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점령’ 시위의 총본산인 미국 뉴욕 맨해튼 주코티 공원의 반월가 시위대가 15일(현지시간) 새벽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미국 당국은 시위대로 인해 열약해진 위생 상태를 명분으로 이날 새벽 1시 뉴욕경찰(NYPD)이 수백명의 경찰을 동원해 시위대를 모두 내보냈다.
공원 상공에 헬기가 선회하는 가운데 경찰은 공원 주변을 에워싼 상태에서 위생요원들을 들여보내 시위대를 퇴거시키고 공원에 설치된 텐트를 모두 철거했다.
경찰의 이날 해산작전은 시위대가 잠든 사이 기습적으로 진행됐다.
경찰은 해산작전 직전에 “청소가 끝난 뒤 복귀할 수 있다”는 공고문을 나눠주긴 했지만 이런 계획이 사전에 통보되지는 않았다.
강제 해산으로 지난 9월 17일 자본주의의 탐욕과 소득 불균등을 비판하는 노숙 시위를 시작한 반월가 시위대는 58일에 걸친 시위를 마치게 됐다.
시위대는 대부분 경찰의 퇴거 요구에 순순히 따랐으나 일부는 팔짱을 낀 채 저항하다 경찰에 연행됐다.
시위대는 경찰과의 큰 충돌 없이 새벽4시30분쯤 완전히 퇴거했다.
경찰은 연행자 수를 밝히지 않았으나 약 200명이 체포됐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경찰은 지난달 14일 공원 소유주 ‘브룩필드 오피스 프로퍼티(BOP)’ 측의 요구로 강제 퇴거를 시도했으나 시위대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이를 연기했다.
BOP는 공원에서 야영을 금지하는 내부 규정을 갖고 있어 이날 퇴거 조치도 BOP 측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공원 인근 주민과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불만도 잇따랐다.
이들은 지역구 의원 등을 동원해 두 달째 계속되는 소음과 공원의 불결한 위생 문제, 시위대로 인한 영업방해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시 당국을 지속적으로 압박했다.
시위대에 긍정적이던 여론도 뚜렷한 목표 없이 장기화되는 시위에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원에서 성폭행을 비롯한 각종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위대의 입지가 좁아졌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이번 해산작전과 관련해 “불행하게도 주코티 공원은 시위하는 곳이 아니라 법을 위반하고 때로는 타인에게 해를 가하기 위해 오는 장소로 변질됐다”며 “언론의 자유와 공중보건 및 안전의 기본권이 상충될 때에는 후자가 우선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강제퇴거로 미 행정부와 사법부의 충돌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시는 청소가 끝난 뒤 텐트나 침낭 등의 야영도구를 휴대하지 않으면 다시 공원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밝혔으나 법원은 “야영도 가능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전미변호사협회(NLG)는 이날 뉴욕 시위대의 퇴거가 이뤄진 직후 이들이 공원에서 텐트를 사용할 수 있다는 법원의 명령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NLG는 “시당국이 야영을 금지하는 공원의 규정을 시위대에 적용해서는 안된다”며 앞으로 2라운드 분쟁이 본격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블룸버그 시장은 “법원의 결정을 보지는 못했지만 들어서 알고 있다”면서 “법원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는 만큼 이의를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시장은 이어 “시위대는 자신들의 견해를 밝힐 권리가 있고 공원으로 다시 돌아와 시위를 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텐트를 치는 것은 더 이상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위대는 경찰의 이번 조치가 사실상 시위를 중단시키기 위한 속셈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겨울의 초입으로 접어들면서 밤마다 기온이 뚝 떨어지는 상황에서 텐트를 사용하지 못할 경우 야간에는 공원을 아예 비워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 동력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시위대는 이날 오후 경찰의 강제해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반월가 시위 출범 두 달째인 오는 17일 “월가를 폐쇄하라”, “지하철을 점령하라” 등의 시위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