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16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한미 양국 장관급 이상이 공동 서명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폐기 또는 유보 재협상 서면합의서’가 제시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용섭 대변인은 이날 의총결과 브리핑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ISD 폐기를 위한 재협상을 즉시 시작하겠다는 양국 장관급 이상의 서면 합의서를 받아오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 대변인은 “민주당은 국회의 한미FTA 비준동의 처리 전에 재협상을 해야 하며 최소한 ISD는 제외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발효 후 3개월 이내 재협상토록 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구두 발언은 당론 변경사유가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先비준 後ISD 재협상’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하는 동시에 ‘비준동의 전 ISD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기존 당론을 고수한 것이다.
이 대변인은 ‘합의서를 받아올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당론이 변화될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 의원총회를 열고 논의해 보겠다”며 “합의서가 유보, 폐기 내용을 담고 있으면 우리 당론과 같은 수준에 해당하는지 검토해보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또 이 대통령의 제안 내용에 ISD 재협상을 요구한다는 것 외에 ISD 유보나 폐지와 같은 구체적 안이 들어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말에 폐기, 유보 이런 말이 없었다”며 “미국 측이 (재협상에) 2~3번 참석하고 (ISD 폐지나 유보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면 끝나는 것이니 그건 여건 변화에 해당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15일 국회에서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와 만나 “국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준동의하면서 정부에게 양국 정부가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재협상하도록 권유하면 발효 후 3개월 내에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하겠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의총은 74명 의원이 참석해 26명의 의원이 발언에 나서 5시간 넘게 이어졌으며, 온건파와 강경파가 팽팽하게 대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