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냐 ’커리어’냐…그것이 문제로다

입력 2011-11-2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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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여자 나이 29살이면 아이를 낳고 육아에 전념하는 여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요즘 29세의 여자는 다르다. 고스펙을 요구하는 기업들 탓에 어학연수, 인턴 등으로 졸업은 늦어지고 불경기로 취업 재수를 거쳐 입사 연령도 높아졌다. 여자 나이 29살이라고 해봤자 3∼4년의 경력이 전부. 이제 막 커리어를 꽃 피우는 시기 앞에 ‘결혼’이 발목을 잡는다.

29살의 여성은 커리어와 결혼, 그리고 자아를 두고 고민한다. 연애에 대한 가치관도 바뀌고 일에 대한 욕심도 생기는 29살. 여경인 황윤정, 성우인 정다솔, 직장인 이지원씨가 29살 여성들이 생각하는 커리어, 결혼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29세는 생각보다 어정쩡하다”

▲황윤정(이하 황): 요즘 29살 여자들이 하는 주된 이야기가 결혼과 임신이다. 나는 주변에서 결혼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그 전까지는 결혼이 멀다고 생각했다.

가능하면 결혼은 승진한 뒤 하고 싶지만 막연히 커리어 때문에 인생계획을 바꿀 수 없어서 고민이다. 이건 경찰이라서가 아니라 여자라서 문제인거 같다. 아무래도 결혼하면 출산, 육아 때문에 직장에서 제시하는 부분을 스스로 나서서 하기 힘들어서가 아닐까.

▲정다솔(이하 정): 어렸을 때와는 확실히 다르다. 지금의 난 직장 2년차라 새내기라고도 할 수 없고 커리어상으로 궤도에 오른 것도 아니다. 커리어를 더 전문적으로 쌓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결혼 적령기인 지금 여기에 대한 생각도 안 할 수 없다.

▲이지원(이하 이): 나는 자기계발이 1순위다. 계속 연애를 하고 있지만 아직 결혼 생각이 없다. 결혼을 안 한다는 생각을 한 적도 없다. 내가 원하는 커리어로 자리를 잡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혼부터 한다는 것은 부담스럽다. 안정적인 결혼보다 아직 모험을 더 경험해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커리어상으로, 자아적으로, 연애도.

“하고싶은 것을 하는 대신 인생 계획을 새로 세우는 시기”

▲이: 대학 때는 몰랐지만 졸업 후 사회 생활을 하니까 현실과 꿈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예전에는 막연히 꿈을 갖고 있었다면 지금은 그걸 실현하기 위해 현실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독립하기 위한 경제적인 노력, 사회생활 속 인간관계에서 자아가 무너지지 않기 위한 노력 등 말이다. 일단 경제적으로 자아적으로 스스로 서야겠다는 욕심이 있는 것 같다.

▲정: 29살은 하고 싶은 것 보다 해야하는 것을 하는 나이다. 맘대로 연애하거나, 여행하는 대신 계획을 세워 해야하는 때다. 사실 그런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있다. 커리어 초반인 지금 계획을 세워 실패를 하면 안 된다는 압박감도 존재한다. 결혼도 인생 과제인만큼 연애처럼 즉흥적으로 할 수 없다. 연애를 할 때는 출산과 육아 등을 고려하지 않았으니까.

“여자에게 결혼과 커리어는 양자택일의 문제”

▲황: 지금은 결혼 생각이 없다. 커리어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지금은 경장 정도는 되고 나서 결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곧 승진 시험을 보는데 경찰 조직에서 이 시험은 굉장히 큰 일이다. 커리어상으로 중요한 이 시기에 결혼하고 싶지 않다.

▲이: 결혼도 중요하지만 나에게는 결혼보다 자아가 더 중요하다. 결혼은 서로 구속되는 부분도 있고 내 일에 몰입할 수 없게 하는 측면도 있다. 아침을 챙겨주거나 같이 자는 등 라이프 스타일의 조정이 필요하다. 예전에 남자친구와 동거한 적이 있다. 상대가 나와 비슷한 라이프 스타일과 생각을 갖고 있어 조율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살아보면 다르다. 같이 살면 상대가 희생하길 원한다.

▲정: 결혼 생각은 늘 있지만 나이가 찼다고 결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결혼할만한 사람이 나타나면 그 때 하는 것이 낫다. 나는 다른 직업에 비해 결혼에 대한 부담이 적어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친구들 보니 결혼은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더라. 차라리 신입 때 빨리 결혼하면 커리어를 포기하기 더 쉽지만 나이가 많고 경력이 오래될 수록 포기하기 어려운 것 같다.

“커리어에 영향을 주는 건 결혼이 아니라 출산·육아”

▲황: 사실 결혼은 커리어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임신·출산·육아가 더 크게 영향을 준다. 아이를 갖게되면 승진등 커리어에 큰 영향을 줘 고민이다. 아이를 키운 다음 직장에 복귀하면 내 경력에 공백이 생기고 복귀해도 내가 있던 자리에 들어가기 힘들다. 복귀하면 원하지 않은 업무에 있을 수도 있고 회복하기 위해 쉰 만큼의 기간이 필요하다.

▲정: 회사 분위기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성우는 일반 회사보다는 안 심하지만 출산을 하면 일정 정도 쉴 수 밖에 없다. 그 때 내게 오퍼가 들어온다면 일을 포기해야 한다. 기자님도 임신하면 제보로 들어온 특종 취재못하고 후배한테 넘겨야 한다. 하하

▲정: 그래서 29살은 생각보다 불안하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느끼는 불안감과는 다르다. ‘이 회사를 들어가겠다’, ‘토익 900을 넘기겠다’ 등의 구체적이고 단기적인 목표가 아니라 앞으로 긴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다. 결혼이 심리적으로 안정을 줄지 모르지만 결혼 후 이어지는 임신과 육아로 커리어가 단절된다. 앞으로 “내 인생을 어떻게 그려나가야 할까”라는 질문이 마구 들어오는거다.

이 시기에 ‘결혼 미루고 일에 몰두하는 멋진 여성이 되냐’, ‘결혼과 함께 일을 그만 두고 좋은 엄마가 되냐’를 두고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

▲황: 확실히 결혼에 대한 고민은 있다. 배우자나 결혼 생활에 대한 두려움. 어찌보면 결혼은 내 커리어를 잃을까라는 두려움보다 이러한 직업(경찰)을 가진 나를 존중해줘서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일까라는 두려움이 더 큰 것 같다. 결혼에 대한 환상은 이제 없고 두려움이지. 좋은 의미에서 기대감? 하하.

▲이: 결혼 비율은 일정한데 저출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우리 같은 고민을 가진 여자들이 많아서다. 하하. 나는 자기계발은 절대 놓칠 수 없다. 사랑도 놓칠 수 없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까 계속 타협하게 된다. 그래도 결혼은 당분간 할 생각이 없다.

29세면 직장에서 안정적으로 일을 하는 시기다. 일에 대한 욕심을 더 낼 수도 있고 자기계발에도 집중한다. 하지만 내·외적으로 결혼에 대한 압박이 존재한다. 게다가 요즘에는 정부까지 나서 아이까지 낳으라고 하니 결혼 생각을 안 할 수 없다.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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