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영준 씨(34)는 지난 주말 LTE(롱텀에볼루션)폰을 구입하고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지금 구입해야 한다는 대리점 직원의 말에 2년 약정에 기본료 월 6만2000원 요금제에 가입하고 신형 LTE폰을 16만원에 구입했다. 출고가가 약 89만원 임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그러나 직장 동료가 자신과 같은 기종의 LTE폰을 온라인판매점에서 공짜로, 더욱이 약 20만원의 현금까지 지급받아 구매한 사실을 알고는 아연실색했다. 이미 일부 대리점과 온라인 판매사이트에선 LTE폰이 거의 공짜 수준에서 불법 마케팅인 현금까지 지급하면서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이동통신사들의 LTE폰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보조금 출혈경쟁’으로 변질되고 있다. 연말 성수기 시즌이 겹치면서 100만원에 달하는 보조금 지급으로 공짜폰까지 등장했다. 보조금 경쟁이 과도하게 펼쳐질 경우 소비자 간 차별이 발생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30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이동통신사들이 LTE서비스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시키면서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시장이 혼탁해지자 이통사에 과당경쟁을 자제하라는 구두 경고를 내리고, 시장 모니터링 강화하고 있다. 자칫 ‘과징금 폭탄’ 사태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다.
방통위는 시장이 혼탁해졌다고 판단되면 해당사업자에 구두경고를 한다. 하지만 경고내용이 개선되지 않으면 시장조사에 착수하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조금 지급 규모와 가입자를 차별 유치 정도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한다. 실제로 지난 9월, 이통 3사에 휴대폰 보조금으로 가입자를 차별하고 있다는 이유로 총 136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현재 LTE폰을 판매하고 있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서울 시내 대리점에서는 90만원 안팎인 LTE폰을 특정요금제에 가입하면 단말기를 90% 가량 할인해 주거나 아예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2년 약정을 기준으로 단말기 할인 금액 47만원에 가입자 유치비용 55만원을 더해 가입자 1명 당 100만원이 넘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셈이다. 방통위가 정한 보조금 상한 기준인 27만원을 훌쩍 넘는다.
때문에 지난 29일 용산 전자상가 등 휴대폰 판매점 밀집지역을 조사한 결과 기존 3G 가입자를 LTE 가입자로 전환시키기 위해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한 결과 출시된 지 한달도 안된 LTE폰이 구형 스마트폰보다 싸게 팔리는 기이한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LTE폰 출시 초기,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없고, 기본료도 3G보다 비싸 좀처럼 활성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통사들이 3G보다 높은 LTE요금제가 매출에 증가에 크게 유리하다고 판단해 엄청난 보조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출시 초기에 걸맞지 않게 2000~3000명에 불과했던 일일 가입자가 지난 17일 기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양사 합계 4만명을 상회했다.
문제는 이같은 보조금 경쟁이 정확한 가격이나 유통 흐름을 읽지 못한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는 것. 정부의 요금인하 정책을 수용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LTE시장 활성화 명목의 보조금 상승은 고스란히 통신요금 상승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