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이 엔화 강세와 풍부한 자금력을 무기로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의 집계 결과 올들어 일본 기업의 해외 M&A 규모는 797억달러(약 91조8542억원)를 기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343억달러의 두 배 수준이며,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다.
1위 미국의 M&A 규모는 1866억달러, 2위 영국은 839억5000만달러로 각각 집계됐다.
중국도 M&A에 의욕을 나타내고 있지만 규모는 495억달러로 세계 5위에 머물고 있다.
WSJ는 유럽 재정위기 사태로 글로벌 경쟁자들의 체력이 약해진 것이 자금력이 풍부한 일본 기업들의 공격적인 M&A를 돕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 기업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자본 지출을 억제해 자금을 충분히 비축해둔 상황이다.
재정위기 여파로 유럽 기업들이 헐값에 매물로 나오면서 일본 기업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씨티그룹 일본 투자은행 부문의 진보 유이치 책임자는 “일본은 글로벌 매수자로서 유리한 점이 많아졌다”며 “일본 기업들은 다양한 해외 M&A 경험을 바탕으로 목표물이 정해지면 빠른 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
올해 일본에서는 다케다약품공업이 스위스 경쟁사인 나이코메드를 140억달러에 인수한 것을 비롯해 크고 작은 M&A가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소비재와 제약업계 주도로 일본 기업의 M&A 기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