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그들은 누구인가](27) 외환딜러

입력 2012-01-3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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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링룸' 화려한 시절 가고 '찬밥신세' 전락 잇단 전직

거래규모 급감했지만 스트레스는 여전

환율 향방 따라 수백만달러 벌고 잃고

찬밥신세 전락에 외환전문기자 전환도

지난해 시중은행 외환딜러들에게는 3대 뉴스가 있었다. 16년간 외환딜러로 활약한 이주호 HSBC 전무가 국제금융센터 자본유출입 동향 조사직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 첫 번째다. 이 전무는 외환시장에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명성이 높았다. 그런 그가 스스로 외환딜러를 포기하고 조사직을 택했다. 연봉도 절반 이상 깎인 채였다.

두 번째로는 시중은행의 외환딜러 두 명이 언론사의 외환전문 기자로 명함을 바꿨다. 이들도 외환딜러들 사이에서는 고참급에 속했다. 젊은 외환딜러들 사이에서 “예전 같지는 않구나”란 탄식이 나왔다.

이들이 외환딜러를 포기한 이유는 간단했다. 은행 내에서 외환딜링의 중요성이 과거보다 크게 줄은 탓이다. 대형 은행의 순이익이 수조원 단위로 늘어난 데 반해 외환딜링은 과거나 지금이나 몇 십억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은행은 이익 규모가 커질수록 리스크가 큰 업무는 기피한다. 굳이 외환딜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 들지 않는다는 얘기다. 외환딜링 성과를 통해 큰 규모의 인센티브를 받는 일은 이젠 과거지사다.

수익 규모가 늘지 않았다고 해서 업무강도나 스트레스가 줄은 것은 아니다. 한 번에 100만달러 이상을 거래하는 외환시장의 특성상 장 중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신의 영역’이라는 환율의 향방을 맞추지 못해 수백만달러의 손실을 일으킬 수도 있다.

특히 지난해는 유로존 재정위기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널띄기를 보였다. 이에 비례해 스트레스는 커질 수 밖에 없었다.

A은행의 3년차 외환딜러는 “은행의 외환딜링은 과거 해외 정보나 거래 통로가 제한적이었을 때는 전문성을 인정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해외정보의 공유 폭이 커져 전문성을 과거만큼 인정받지는 못한다. 더욱이 은행에 계속 남기 위해서는 외환딜링 경험만 있는 것은 불리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외환딜러를 보는 시각이 과거보다는 낮아진 데다 은행의 승진 코스에서도 멀어지다 보니 외환딜러가 은행 내에서 ‘가고 싶은 부서’로 꼽히지 않게 됐다.

시중은행 외환딜러들의 전문성을 우러러보는 시각이 줄은 것은 지난해 국민은행의 인사에서도 볼 수 있다. 10년 이상 외환딜링을 해오며 업계에서 인정 받은 국민은행 노상철 팀장은 일반 지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외국계은행이 국내에서 외환딜링 업무를 확대하고 있는 것도 시중은행 외환딜러들에게는 반갑지 만은 않다.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외국계은행은 달러화가 아닌 이종통화의 거래에서 국내은행보다 유리하다. 지난해 외환딜러들의 세번째 뉴스로는 국내은행 딜러 두 명이 외국계은행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이들은 국내은행에서 일 할 때보다 연봉이 많게나 50% 이상 뛰었다. 일반 행원과 같은 대우를 받는 국내은행 외환딜러와 달리 외국계은행은 전문 계약직으로 딜러를 채용한다.

7년차 외국계은행 딜러는 “외국계은행의 경우 외환거래를 통한 대(對) 고객 업무를 강화하는 추세다. 반면 국내은행의 경우 거래 규모를 늘리지 않고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외환딜러를 계속 하고 싶은 은행원에게는 외국계은행이 구미에 당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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