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1일부터 시행되는 게임 자율등급심의제도가 유명무실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는 법개정을 통해 정부의 게임등급 심사 업무를 민간기구에 이양할 예정이지만, 민간기구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대 황승흠 교수(법학)는 2일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2012 게임시장 미래전략포럼(GIFTS)’에서 국내 게임자율등급심의제도 방향에 대해 “아직 국내의 자율등급제도는 국가법의 강력한 규제 아래 있다”고 주장했다.
황승흠 교수는 개정법률안에 포함된 게임물등급위원회(게임위)가 직권등급분류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지적했다. 이는 민간기구가 게임등급을 결정하더라도 게임위가 직권으로 등급결정을 번복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황 교수는 “보수적인 청소년, 학부모 단체가 압력을 행사할 시 게임위의 직권 등급 분류가 남발될 수 있어 민간기구의 자율규제 시스템 안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민간기구의 재정적 독립문제도 자율성이 훼손될 개연성이 있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민간기구가 국가지원을 받게 될 경우 국가의 영향력으로부터 완전하게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
이에 따라 민간기구가 등급 분류 수수료만으로 기구를 운영할 경우는 비용 절감을 위해 등급 심사를 신속 간략하게 처리하게 돼 객관성과 공정성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관계법령도 게임 자율등급심의제가 유명무실해 질 수 있는 원인으로 보인다. 현행 청소년보호법상 게임, 음반 및 기타 콘텐츠가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결정되면 해당 콘텐츠의 등급 재심사는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 소관으로 넘어간다. 결국 민간 기구에서 등급을 결정한 게임이지만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결정될 경우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직권으로 이 게임의 등급을 다시 결정할 수 있다.
황 교수는 자율등급심의제의 문제점에 대해 “정부가 게임 등급 분류 업무를 본질적으로 정부의 업무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에서 등급심사 업무를 ‘민간에 위탁한다’는 문구가 있다”면서 “이는 정부의 업무를 민간에게 한시적으로 이양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자율등급제는 결국 정부와 민간의 공동규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황 교수는 “한국에서 완전한 자율 규제는 간단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 시점에서는 단계적 자율규제 확대와 게임위 기능 재조정을 통해 자율규제 기구의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