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호도가 가장 높았던 2.1㎓ 대역은 통신시장 공정경쟁이라는 취지로 LG유플러스의 단독입찰로 낙찰됐다. 반면 황금주파수대라고 평가된 1.8㎓는 경매과정에서 SK텔레콤과 KT의 입찰 경쟁이 과열되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결국 9950억원의 입찰가를 제시한 SKT의 품으로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과도한 입찰가에 따른 기업의 부담, 외압의혹 등의 논란이 일면서 ‘주파수 경매제’가 도마 윙 올랐다.
◇예견된 실패…‘사후약방문’식 대책 반복 = 지난해 주파수경매제는 시행 이전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주파수 할당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파수 가치를 시장이 산정토록 한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동시오름’과 무제한 입찰이 가능했던 이번 경매는 이동통신 사업자와 소비자들에게 모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주파수 경매과정에서 1.8㎓대역을 확보하기 위한 SKT와 KT의 경쟁은 치열했고, 입찰제시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지난해 8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모두 주파수 경매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자 당시 최시중 방통위원장도 “주파수 경매를 걱정스런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며 주파수 경매제의 부작용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1조원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제시한 SKT가 1.8㎓대역 주인으로 결정됐지만, 향후 SKT가 투자금액 회수방법으로 어떤 카드를 내놓을 지 관심이 모아질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이동통신사들의 실적 개선은 소비자들을 상대로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결국 방통위가 주파수 경매제의 장점에 눈이 멀어 이면에 감춰진 부작용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다는 뭇매를 맞았다.
법개정을 앞둔 공청회에서도 전문가들은 주파수 경매제의 장점을 부각하면서도 효율적인 경매대금이 결정될 수 있도록 보완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이같은 지적을 간과한 채 주파수 경매제를 강행했다.
오남석 방통위 전파기획관도 지난해 8월 주파수 경매가 종료된 이후 “경매에 따른 과열경쟁 지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겠다”며 “정책효율성과 사업자의 투자효율성을 감안해 경매방식 개선에 반영하겠다”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대책만 내놓았다.
업계 관계자는 “정책입안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를 개최하는데, 공청회에서 제기됐던 부작용에 대한 대책은 없었다”며 “결국 정부가 결정한대로 추진될 뿐이지 공청회는 형식적인 것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주파수 경매제 도입을 통해 비교심사방식보다 투명하게 사업자를 선정하고, 시장에 의해 주파수 가치를 정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하지만 2.1㎓대역 주파수 경매과정에서 SKT와 KT의 참여를 제한, 사실상 LG유플러스가 ‘무혈입성’ 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가 시장경제에 일정부분 개입하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SKT와 KT의 1.8㎓대역 경매에서는 시장경제원리 만을 내세워 무제한 경쟁을 조장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주파수 낙찰가격이 높아질 수록 정부가 얻는 수익이 크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용경 창조한국당 원내대표는 “방통위가 무책임하게 ‘동시오름방식’의 경매제를 도입하고, 여론이 악화되자 사업자들에게 경매가가 1조원을 넘지 않도록 개입했다”고 지적했다.
방통위가 결국 경매제 형식을 빌려 주파수를 재분배한 기존 방식과 차별성을 두지 못하고 정부 수익만 올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방통위는 당시 주파수 경매를 통해 1조7015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이 가운데 45%를 방통위가 ‘방송통신 발전기금’으로, 55%는 지식경제부가 ‘정보통신진흥기금’으로 사용한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주파수 경매금액을 IT산업발전을 위해 쓰인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통사가 낸 돈의 혜택이 주관부서인 방통위가 아닌 지경부에서 운용한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주파수 정책은 경매보다는 세계적인 추세인 개방을 통한 공급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