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0조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퇴직연금 시장을 잡기 위한 금융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퇴직연금 상품교환 허브시스템이 올해부터 본격 가동되면서 보험업계의 시장점유율 상승이 예상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퇴직연금사업자들이 자사 원리금 보장 상품 편입 비중이 70%로 제한(‘70%룰’)됨에 따라 나머지 30%를 타사 금융상품으로 공급하기 위해 금융상품 교환 허브 전산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그동안 고금리를 제공하는 일부 증권사나 보험사, 원금 보장형 상품을 주로 제공하는 은행권 등의 반발로 전산시스템 구축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사업자들에게 자사 원리금 보장 상품을 70% 이상 담지 못하게 규정함에 따라 나머지 30%를 타사 금융상품으로 공급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금융상품 교환 허브 전산시스템 구축을 추진해 왔다”면서 “지난해 말 구축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과 증권, 은행과 보험 등 각 회사별 업무협약을 통해 전산을 통한 상품교환을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에선 이번 전산시스템 구축으로 퇴직연금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보험업계가 약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과 증권사의 경우 퇴직연금 신탁계약 원리금 보장 상품 중 자사 상품 비중이 높아 ‘70%룰’을 피하기 위해 보험사의 상품 비중을 높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과 증권사의 퇴직연금 신탁계약 원리금 보장상품의 비중은 각각 99.8%와 82.7%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지난해까지 퇴직연금 시장에서 은행권의 강세가 이어졌지만 올해 상품교환 허브 전산시스템이 본격 가동되면서 판도변화가 예상된다”면서 “보험사의 경우 자사상품 비중이 낮거나 거의 없는 만큼 은행과 증권사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다.
다른 시중은행 부행장도 “올해 은행들의 퇴직연금 부문 수익 규모를 대거 축소했다”면서 “지난해 각 은행들이 퇴직연금 부문 수익 규모를 평균 2조5000억원 내외로 잡았다면 올해는 1조5000억~1조6000억원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퇴직연금 시장의 발전을 위해 퇴직연금 수수료와 수익률을 한곳에서 비교할 수 있는 공시시스템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여서 금융사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편 2011년 말 기준 퇴직연금 총 적립액은 49조9168억원에 달해 전년 말보다 71.3%(20조7696억원) 늘었다. 금융 권역별로 은행이 49.6%(24조3000억원)를 차지해 비중이 가장 컸고 생명보험(25.6%), 증권(18.0%), 손해보험(7.8%)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