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안에 대우조선해양과 대한생명의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었으나 유럽재정위기로 인한 국내외 경기 악화로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권의 최대 관심사인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는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지는 국내정치 환경의 변화와 맞물리면서 매각방향조차 잡지 못한 채 답보상태에 빠졌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대우조선 지분(19.1%) 매각을 위해 지난달 모간스탠리-신한금융투자와 매각주간사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아직 매각방안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매각방안을 최종 승인할 공자위에서 아직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방향을 제시할 공자위의 태도가 모호해지면서 캠코 역시 매각방안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국내외 경기 악화 때문이다. 경영권이 담보되지 않은 지분인데다 단순 투자 가치에 대해서도 논란이 분분한 상황에서 적잖은 비용을 들여가며 인수하겠다고 나설 곳이 마땅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대우조선 주가나 조선업황을 고려해 경영권을 포함한 매각의 성공도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분을 쉽게 매각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게 관련업계의 반응이다.
더군다나 대우조선 노조와 경남지역 야권, 민주노총 등이 참여한 대책위원회는 대우조선의 국민기업화를 요구하며 분리 매각과 전문경영진 체제 유지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대한생명 지분(24.8%) 매각방안도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보류 중이다. 최근 공자위가 예보의 대한생명 보유 지분 처리 방안과 시기를 논의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답보 상태에 빠진 것이다.
한화건설이 24.9%, ㈜한화가 21.7%를 보유하고 있어 예보는 2대 주주다. 역시 경영권이 담보되지 않는 지분인 셈이다. 그러나 현재 시총으로만 봐도 1조6000억원이 넘는 적잖은 규모다.
이런 와중에 대한생명이 동양생명과 ING생명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다. 만약 대한생명이 동양생명이나 ING생명을 인수하게 되면 자금유출과 함께 단기적으로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 지분 매각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란 목표를 두고 있는 공자위에게는 악재일 수 밖에 없다.
아울러 우리금융 민영화 논의도 답보 상태에 빠지면서 공자위의 고민을 더해가고 있다.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지는 국내정치 환경의 변화로 우리금융 민영화 추진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공자위 고위 관계자는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해 시장 환경이 좋지 않다”면서 “(매각 방식을 논의할) 그럴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공자위가 올해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서라도 지분매각에 나서야 하지만 국내외 경제환경과 굵직한 정치일정으로 인해 매각방안을 정하기 어려운 상황”며 이라며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고민만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