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행장도 노조의 반발이 부담됐을까. 그는 계획했던 출근을 미루고 외부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윤 행장은 이날 이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은 노조와 대화를 하는 기간인데 몸싸움이 벌어지면 대화 테이블에서 마주쳤을 때 쑥스럽지 않겠느냐”며 출근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마찰을 일으키면서까지 출근을 강행하진 않겠다는 뜻이다. 그는 “언제 출근할 지는 대화 기간 이후에 신중히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윤 행장은 자세를 낮췄지만 노조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김보헌 외환은행 전문위원은 “앞에서는 대화를 한다고 하고 뒤에서는 시너지추진단 발족, 행장 업무 시작 등은 대화를 깨겠다는 의미이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이 겉으로는 저자세를 보이나 뒤에서는 강공을 하고 있는 것으로 노조는 판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 행장의 출근은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란 것이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임원 중 일부를 지주사로 부르려 하는 것에 대해서도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윗선의 인사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노조를 장악하려는 꼼수로 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사실상 지주는 은행에 인사권한이 없다”며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키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신청을 했다. 조정기간은 오는 17일까지다. 노조는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18일부터 총파업이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윤 행장의 출근저지도 지속할 계획이다.
윤 행장이 외부에서 서류를 받아보는 사태는 장기화할 수 있다. 지난 2006년 5월 리차드 웨커 전 외환은행장은 노조의 출근저지로 일주일 동안 회사에 발을 붙이지 못했다. 노조와 대화 없이 국민은행과 외환은행 매각 본계약을 체결한 데 따른 반발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의 저돌적인 문화가 외환은행 직원들에게 ‘대화보다는 행동 우선일 것’이란 인식을 주고 있는 것이 가장 큰 격차다”고 진단했다.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은 “충청, 보람, 서울은행 등의 인수 통합 과정에서 잘하고 잘못했던 과정을 데이터북으로 만들어놨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