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형 저축은행들이 회계 검토만 받고 반기보고서 감사의견란에 ‘적정’으로 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제표 자체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의미일 뿐이지만 재무상태가 양호하다는 감사의견 ‘적정’으로 오인될 소지가 크다. 하지만 관련 규정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탓에 이를 제재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20일 저축은행권에 따르면 현대스위스·진흥저축은행 등은 지난 14일 반기보고서를 내놓으면서 ‘감사(또는 검토) 의견’란에 ‘적정’이라고 기재했다.
저축은행들은 회계연도 결산 때 회계법인으로부터 회계 감사를 받고 분기나 반기 결산 때는 그보다 절차가 단순하고 수위도 낮은 회계검토만 받는다. 감사를 받으면 감사의견으로 적정, 한정, 부적정, 의견거절 등이 제시되지만 회계 검토 때는 이같은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검토 의견은 ‘공정하게 표시되지 않은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와 같이 서술형으로 제시될 뿐이다.
실제로 솔로몬·HK저축은행이나 국민은행·신한은행 등은 분기 또는 반기보고서 감사의견란을 비워두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검토보고서에 적정이라는 의견을 내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고 그런 표현을 쓰지 않는 게 맞다”라며 “가령 그렇게 의견을 냈다면 감사에 준하는 검토를 진행했다는 자신감의 표현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자 예금자와 후순위채 투자자들이 해당 회계법인을 찾아가 항의하는 소동도 있었다. 부산저축은행도 반기보고서 감사의견란에 적정이라고 기재했는데 반기보고서가 제출된 지 3일 만에 문을 닫았다. 피해자들은 감사의견 적정을 준 회사가 어떻게 3일 만에 문을 닫을 수 있느냐고 추궁했다.
하지만 해당 저축은행은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회계 검토 결과 아무런 문제가 발생되지 않았다는 것을 적정이란 단어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 관계자는 “회계 검토를 통해 받은 적정하다는 의견을 받아 기재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 표현을 써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저축은행들이 이렇게 일반 예금자나 후순위채 투자자들이 오해할 만한 표현을 감사의견처럼 기재해도 이를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관련 규정이 미비한 탓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토의견에 적정이라고 쓴 것은 회사가 잘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재무제표에 문제가 없다는 의미일 뿐인데 투자자들 입장에서 혼란스러워할 소지는 있다”라면서 “하지만 이와 관련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규정 위반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