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알뜰주유소 확대에 속도를 내자 주유업계와 정유업계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유업계는 마진 급감을, 정유업계는 자사폴 주유소를 통한 안정적인 내수판매가 흔들릴 것을 우려하는 눈치다.
20일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주유소협회 경기도지회는 지난 17일 헌법재판소에 정부가 추진 중인 알뜰주유소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경기도지회는 알뜰주유소 기름공급자 선정 과정에서 정부 주도로 농협중앙회와 한국석유공사가 개입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른 공동입찰도 헌법의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시장경제원리도 위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석유시장에 개입, 주유소업자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논리다.
경기도지회 측은 “정부가 알뜰주유소 확대를 중단하지 않으면 이달 말까지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 후 동맹휴업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향후 타 지회들과 연대해 전국적인 동맹휴업까지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경기도엔 고속도로주유소(기흥)까지 합하면 현재까지 총 4곳의 알뜰주유소가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알뜰주유소 인근의 다른 주유소들이다. 알뜰주유소가 개점한 이후 인근 주유소들의 매출이 20~30%씩 감소하고 있다. 알뜰주유소와 가격을 맞추다보니 마진이 급감하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한 주유소 업자는 “생각해보면 그다지 저렴하지도 않은 알뜰주유소가 ‘알뜰’이라는 홍보효과 때문에 사람들이 몰리는 덕을 보고 있다”면서 “인근 주유소들에게만 피해가 돌아가고 있는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정유업계도 알뜰주유소 확대에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존 정유업계는 자사폴 주유소들에게 기름을 공급, 안정적으로 내수판매를 해왔다. 하지만 최근 주유소들이 알뜰주유소로 이탈할 조짐을 보이자 내심 걱정하는 눈치다. 실제 최근 주유소업자들이 지식경제부로 찾아가 알뜰주유소 간담회에 참석, 주유소 전환을 적극 검토하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더라도 그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자영주유소들이 정유사들의 1차 고객인 만큼 알뜰주유소로 많이 전환되는 것에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유업계 관계자들은 알뜰주유소 바람이 ‘반짝 효과’에 끝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알뜰주유소 초기엔 고객몰이를 할 수 있겠지만, 다수로 늘어나게 되면 ‘저가’ 이미지가 그만큼 희석될 수 밖에 없다는 것.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용인시나 시흥시의 알뜰주유소 가격을 보면 정부가 공언했던 가격대에 미치질 못하는 상황”이면서 “알뜰주유소가 점차 확대되면 될수록 저가 메리트는 초기에 비해 미미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