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분석보고서 상당수에서 맞춤법, 어문 규정을 무시한 비문을 찾을 수 있다. 단순 실수로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반복적인 오류도 빈발해 애널리스트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7일 한 증권사는 추천종목을 설명하면서 “동사는 네비게이션 관련 국내 1위업체로 유비벨룩스가 인수함으로써 동사의 지도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카 사업과 관련된 네비게이션이 2013년부터 상용화 될 것으로 예상되어 이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기대됨”이라고 적었다.
이는 주술호응 관계가 어긋난 비문으로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 문장 구성 요소들 간의 관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유비벨룩스에의 인수가 스마트카 사업 관련 내비게이션 2013년 상용화에 영향을 주는 것인지, 시너지 효과에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없다. ‘상용화’와 ‘될’ 역시 한 단어로서 붙여 써야 한다.
이 문장은 “네비게이션 관련 국내 1위 업체인 동사를 인수한 유비벨룩스는 동사의 지도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카 사업과 관련된 네비게이션을 2013년부터 상용화할 것으로 예상돼, 이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기대됨”등으로 고쳐야 옳다.
같은 증권사는 지난달 25일 “한편, 부동산 매각과 수빅 조선소 지분 일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어 자산매각에 따른 유동성을 확보로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됨”이라는 구절을 썼다. 이 부분 역시 주어가 없고 조사가 잘못 사용됐다. “한편 (이 회사는) 부동산과 수빅 조선소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어, 자산매각에 따른 유동성 확보로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됨”이라고 고치는 것이 자연스럽다.
지난달 25일 다른 증권사의 데일리 자료 역시 잘못된 문장 투성이다. 내용 중 “‘구글, 성공 신화의 비밀’이라는 책에 보면, 구글에 투자해 엄청난 수익을 올린 빌 밀러라는 펀드매니저의 성공비결이 나온다. 그는 소위 ‘FUD’ 덕분이라고 말하고 있다.”는 문장은 “‘구글, 성공 신화의 비밀’에 등장하는, 구글에 투자해 엄청난 수익을 올린 펀드매니저 발 밀러는 자신의 성공비결을 ‘FUD’ 덕분이라고 말한다”로 고칠 수 있다.
여기서는 두 번째 문장에 목적어가 빠지면서 비문이 됐다. 또 ‘소위’라는 부사는 ‘세상에서 말하는 바’라는 뜻이므로 빌 밀러가 만든 용어인 ‘FUD’와 함께 쓰는 것은 내용상 틀리고, ‘말하고 있다’는 진행형 문장은 문맥의 의미로는 물론 어법상으로도 적절하지 않다.
같은 보고서의 “2012년 들어 집중되고 있는 외국인들의 순매수 역시 적정주가 이하로 단기간에 많이 빠졌다는 것과 위기는 극복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는 문장도 틀렸다. “2012년 들어 집중되고 있는 외국인들의 순매수 역시 주가가 적정수준 이하로 단기간에 많이 빠졌다는 판단과 ‘위기는 극복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처럼 주어를 넣어야 한다.
또 다른 증권사의 지난 6일 보고서에 등장한 “RR의 계산을 위해서는 다음 4단계를 거친다. … 각 국면 별로 score를 부여하여 동일한 Rating이라고 할지라도, 국면의 구분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문장도 “RR의 계산은 다음 4단계를 거친다. … 각 국면별로 score를 부여하여 동일한 Rating에서도 국면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하였다”로 고쳐야 한다. 특히 ‘별’은 ‘그것에 따른’이라는 뜻의 접미사이므로, ‘국면별’처럼 앞말에 붙여 적어야 한다.
이같은 오류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문장에 대한 의식이 낮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부분 증권사에서는 보고서 작성 마지막 단계에서 보조연구원(RA)에게 오자 등을 수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체계적인 교육과정이나 매뉴얼은 없는 상황이다. 대형 증권사에서 RA를 경험하고 현재 중형 증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연구원은 “오자가 날 경우는 혼나지만, 비문이나 띄어쓰기 같은 경우는 서로 잘 모르고 특별히 지적받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중형 증권사의 연구원 역시 “개인적으로 유학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습관적으로 영어식 어순으로 글을 쓰는 경우가 많아 RA에게 신경써 달라고 얘기하기도 한다”며 “센터장에게 문장 문제를 지적받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센터 전체적으로 특별한 교육과정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