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경쟁 구도는 2:1 양상이었다. 2.0리터 중형 모델인 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기아차 K5 하이브리드가 한국 대표 연합팀이라면, 일본은 도요타가 최근 출시한 캠리 하이브리드가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홀로 버텨왔다. 그러나 토요타코리아가 지난 21일 하이브리드 모델인 프리우스의 신형 모델을 출시하면서, 2:2의 경쟁 구도가 맞춰졌다.
◇연비는 일본 우세·가격은 한국 우세=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가장 큰 특징은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 그리고 가격이다.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 측면에서는 일본이 한 수 앞서고 있다. 프리우스는 E, M, S 등 3개 트림 모두 1리터당 공인연비가 29.2㎞에 이르고, 1월 출시된 캠리 하이브리드의 연비는 23.6㎞를 기록한다. 반면 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기아차 K5 하이브리드는 똑같이 1리터당 21㎞의 연비를 낸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도 현대·기아차의 두 모델이 1㎞당 111g인 것에 비해 캠리는 99g, 프리우스는 80g에 불과하다. 눈으로 보이는 친환경성과 연료 효율성 면에서는 일본차가 앞선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가격의 측면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앞선다. 4가지 차종 모두 최고급 트림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 캠리 2.5는 4290만원, 프리우스 S는 4120만원이다. 반면 쏘나타 하이브리드 로얄 트림은 3295만원, K5 하이브리드 노블레스 트림은 3235만원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결국 최종 결판이 날 대목은 성능과 마케팅 효과”라며 “올해 2분기부터 양국 간 하이브리드 마케팅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는 하향세에 접어든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판매량 증가를 위해 고급 사양을 뺀 스마트 트림(2865만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하이브리드의 대중화’를 꾀하는 셈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단순히 찻값을 내리는 수준의 마케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차종 교환 프로그램’, ‘신차 교환 프로그램’, ‘전용 부품 보증 서비스’ 등 고객 감동을 위한 마케팅으로 국내 시장을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2만700대의 판매 목표를 세운 도요타는 캠리 하이브리드와 프리우스의 경제성을 앞세워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나름의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부진했던 판매량을 끌어 올릴 무기로 하이브리드 모델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은 “취임 후 3년간 도요타의 뛰어난 기술을 어필하지 못한 감이 있다”며 “앞으로는 다양한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를 통해 한국 고객에게 일본식 하이브리드 기술을 널리 체험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국내 하이브리드 관련 인프라 구축이 완료되는 대로 1리터당 50㎞ 이상의 연비를 내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의 국내 출시를 고려하겠다”는 반응을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