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900조 돌파…금융당국 해법은 감감

입력 2012-02-23 08:16 수정 2012-02-23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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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당 4560만원 빚 안고있는 셈

국가부채 문제가 기준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통계수치로 인해 가려져왔다면 가계부채의 위험성은 오래전부터 인식되어온 문제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가계부채를 생각하면 잠이 안 온다”고 토로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문제는 제대로된 해법을 내놓기 어려운데다 부채의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는 데 있다.

한국은행이 22일 내놓은 ‘2011년 4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중 가계신용(가계부채)은 912조9000억 원으로 집계돼 처음으로 900조원을 넘었다. 4분기에만 22조3000억 원이 늘어나면서 연간으로는 66조원이 증가했다. 가구당 4560만 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부채 총액 912조9000억 원÷전체 가구 수 2001만9850가구)

가계신용이란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카드사 및 할부금융사의 외상판매)을 합한 수치로 통상적인 의미의 ‘가계 부채(빚)’으로 쓰인다. 지난해 말의 경우 가계대출은 3분기보다 19조원 늘어난 858조1000억 원, 판매신용은 3조2000억 원 늘어난 54조8000억 원이다.

가계대출의 증가폭을 기관별로 보면 예금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6조2000억 원이 늘었다. 지난해 3분기(5조4000억 원) 보다 증가폭이 확대된 것이다. 지난해 말로 취득세 감면 혜택이 끝나게 되면서, 4분기에 서둘러 집을 구입한 사람들이 늘어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우체국 등 비은행예금 취급기관의 대출은 7조9000억 원이 늘었다. 역시 지난해 3분기(5조4000억 원)에 비해 증가폭이 커졌는데, 상호금융(2조9000억원→4조9000억 원)이 증가세를 주도했다.

보험사, 증권사, 카드사, 할부사 등 기타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증가폭도 작년 3분기 2조3000억 원에서 5조원으로 확대됐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에는 취득세 감면 혜택이 종료되면서 은행, 비은행, 보험기관 등 대부분의 기관들에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었다”며 “판매신용은 연말 소비증가의 계절적인 영향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가계부채의 증가속도가 2010년(67조3000억 원 증가)보다 둔화됐지만 여전히 빠른데다 지난해 6월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잠시 주춤했던 카드사와 증권사, 대부업체 등 기타금융기관의 대출이 늘어나면서 위험을 증대시키고 있다.

실제로 한은이 발표한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금융회사에서 만기 일시상환 방식으로 돈을 빌린 대출자의 31.1%는 “만기에 원금 상환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결국 이들이 원금 상환과 이자를 갚기 위해 2금융권 등에서 다시 빚을 내는 악순환이 벌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외 경제 상황의 변화에 따라 부채 위기가 심화될 수 있고, 재정 리스크가 불거져 세계경제가 악화될 경우 저소득층의 상환율은 크게 하락할 수 있다”며 “상황이 악화되면 금융시장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가계빚이 더 빠르게 증가하지 않도록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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