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23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1호 법정에서 열리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근로자(비정규직)의 정규직 인정 여부에 대한 대법원 공판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소송은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2002년 3월부터 2005년 2월까지 사내하청 근로자로 일했던 최병승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판정 취소 청구소송 재상고심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차가 패소할 것으로 점치고 있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가 올 노사관계 태풍의 핵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현대차 측은 사실상 공판 결과에 대해 체념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10년 7월 이미 최씨를 정직원이라고 판결했고, 현대차가 재판 준비를 위해 신청한 공판 일정 연기도 거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법과 대법원이 모두 원고 승소 판결을 했기 때문에 사실상 졌다고 본다”며 “이번 판결이 올해 제조업계 노사관계의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근로시간 단축, 주간 2교대제 실시, 월급제 도입 등의 사안과 맞물리면 노동계 춘투와 직접 연결될 수 있다”며 “노사문제 3중고로 인해 상반기 경영 부담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패소 이후 행동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이라 확답할 수 없다”며 “근로자 승소 판결이 나면 법의 명령을 따라야하겠으나 비정규직 근로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측은 “판결 이후 정몽구 회장의 결단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며 “말로만 공생사회를 외칠 것이 아니라, 모든 근로자가 납득할 만한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현재 현대차 내 사내하청 근로자는 8196명(2010년 기준)으로 전체 근로자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가 이들의 정규직 전환을 꺼리는 이유는 비용 문제와 인력 활용 관련 문제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면 26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되면 예전과 같은 생산인력의 탄력 운용도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제조업종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가 패소할 경우 근로자들이 법적 연대 구성을 통해 비슷한 소송을 잇달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노동문제에 민감한 야당 등 진보 세력이 이 문제를 올해 양대 선거의 쟁점으로 내세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산업계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근로자 300인 이상 대기업 사업장 중 41.2%(1939개소)가 사내하청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이들의 총 인원은 전체 근로자의 24.6%인 32만5932명.
업종별로 보면 조선(61.3%), 철강(43.7%), 화학(28.8%), 기계·금속(19.7%), 자동차(16.3%) 등 대부분의 제조업종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이 두 자릿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악의 상황에서는 산업계 전체에 고용 패닉 현상이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를 활용할 경우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탄력적인 인력 운용이 가능했으나 근로자에 유리한 판결이 나면 활용의 폭이 줄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근로자 승소 판결이 나면 앞으로 이어질 소송도 근로자 승소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며 “고용 대란에 따른 비용 문제, 사회 갈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종별로 상황이 다르겠지만 수출 주력 업종 대부분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에서 마음대로 근로자를 고용하지 못한다면, 사업장을 외국으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이 갈수록 거세질 것”이라며 “고용유연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사건이 잘 해결돼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