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정부가 삼겹살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며 추진해 온 돼지고기 ‘무관세 확대’가 대표적이다. 이에 항의한 양돈 농민들이 돼지고기 출하를 거부하면서 최악의 ‘삼겹살 대란’을 맞을 뻔하기도 했다. 결국 정부가 돼지고기 무관세 수입 물량을 7만t에서 2만t으로 대폭 줄이기로 하면서 ‘대란’은 면했지만 ‘물가잡기’라는 목적달성은 실패하고 정부와 양돈농가의 갈등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한 양돈업계 관계자는 “공급 과잉으로 계속 가격이 폭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무관세 물량을 늘리는데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물가를 잡는 것도 좋지만 생산자들의 생존대책은 마련해줘야 할 것이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설탕값’을 잡으려고 정부가 내놓은 설탕 직수입 카드 역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2월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를 통해 상반기 안에 태국 등 동남아 국가에서 1만t의 설탕을 단계적으로 수입하기로 했다.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3개 업체가 독과점 공급하고 있는 설탕의 가격 경쟁을 촉진하면 식품업체들의 원재료 부담이 줄어들어 식품가격이 안정화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된 설탕 2392t 중 97%가 이들 3개 업체를 통해 수입됐다.
정부는 지난달 19일 aT를 통해 들여온 말레이시아산 설탕 2000톤에 대해서는 떡류식품가공협회 등과 전량 공급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낮은 품질 등을 이유로 많은 식품업체가 구입을 꺼리고 있어 직수입 설탕 판매는 난항을 겪고 있다. 설탕 가격을 낮춰 물가도 잡고 국내 3대 제당업체의 독과점 구조를 깨겠다고 자신했지만 정부로서는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식음료업계가 정부의 이 같은 정책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은 직수입 설탕에 신뢰도 검증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설탕 직수입’에 이어‘설탕 비축제’ 도입까지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탁상행정에 계속 응하다가는 결국 기업에게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라는 걱정도 크다. 일각에서는 설탕을 직수입해도 식음료의 가격인하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가공식품 가격에서 설탕이 차지하는 원가 비중은 빵·아이스크림은 3~5%, 과자는 8~10%, 음료는 10~15% 수준으로, 다른 원부자재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설탕 가격만 낮아진다고 식품 가격 안정화를 이룰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