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정보기관]한국 국정원,국가안보·정권비호 사이서 ‘영욕의 50년’

입력 2012-04-05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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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보기관

“원래 드러나지 않게 일하는 곳인데 50주년 행사한다고 알리겠느냐”

지난해 창설 50주년을 맞을 당시 국가정보원 관계자의 말이다. 정보는 곧 국력이라 했다. 국내 사정기관인 국가정보원은 지난 1961년 중앙정보부로 설립돼 국가안전기획부와 국가정보원으로 이름을 바뀌며 오늘날까지 왔다.

원훈(院訓)도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에서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에 이르기까지 몇 차례나 바뀌었다. 그 만큼 시대와 정권에 따라 역할 변화가 많았다. 국정원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첨병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 사찰과 공작, 인권 탄압으로 독재정권의 하수인 역할해야 하기도 했다.

▲지난 1961년 중앙정보부로 창설된 국가정보원은 지난 50여년동안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첨병 역할과 함께 정치 사찰과 인권 탄압을 자행함으로써 독재정권의 시녀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근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문제가 또 다시 논란이 되면서 국정원 역할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 인원·업무·예산 베일에 싸여 = 국정원은 분단된 한반도 현실에서 국내·외 정보를 수집하면서 국가안보의 초석 역할을 했다. 특히 최근에는 대북, 국제정보는 물론 사이버테러, 첨단기술 유출 방지 등에 이르기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국정원의 구체적인 조직과 편제는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특히 정부조직법에도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서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정보·보안 및 범죄수사에 대한 사무를 담당한다’고만 돼 있다.

자세한 조직과 직제가 명시돼 있지 않은 셈이다. 실제로 외부에 공개된 국정원 조직과 신원은 원장(장관급)과 1∼3차장, 기획조정실장이 전부다.

국정원의 조직과 임무는 지난 2009년 상반기 까지만 하더라도 주로 지역으로 구분해 이뤄졌다. 1차장은 해외, 2차장은 국내, 3차장은 북한 분야를 맡았다. 이들이 산하 30여 개의 실무부서와 수천 명의 요원들을 데리고 국내외·북한 관련 정보를 수집·분석·판단하는 한편 각종 정보공작 활동을 벌여 왔다.

그러나 원세훈 현 원장이 취임한 뒤 국정원은 2009년 하반기 기존의 지역별 담당 체제의 틀을 깨는 대규모 조직 개편과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그는“모든 정보가 통합돼야 살아 있는 정보가 된다”는 게 원 원장의 소신에 따른 것이다.

이에 1차장은 해외는 물론 대북정보 수집 및 분석, 산업스파이 관련 국제범죄 정보 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차장은 국내 정보 수집 및 분석에다 방첩과 국가보안법 위반사범 적발 등 대공수사도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큰 변화는 3차장으로 주된 업무가 북한 분야에서 산업 및 과학정보 수집과 사이버 보안, 특수업무로 확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국가간 첨단산업 기술을 둘러싼 정보전이 치열해지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미행이나 감시는 옛말이 되고, 영화같은 첩보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국정원의 예산 규모는 알려져 있지 않다. 정부 자료에 나타난 특수활동비 명목의 국정원 예산은 500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드러나지 않은 예산까지 포함하면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 민간사찰·고문 등 인권침해 오명 = 정보기관에는 두가지 기능이 있다. 국가안보와 정권안보가 그것이다. 남·북이 갈라진 특수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정권안보에 치중하는 측면이 강했다.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부보나 국가안전기획부는 정권안보를 위해 도청이나 불법사찰 등 국내 정치에 개입하며 정권보안기관이라는 오명을 낳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건이 중정이 주도한 1973년 김대중 납치사건이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일본 도쿄에서 중정요원들에 납치돼 수장직전에 미국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유력인사들이 직접적인 인권침해 대상이 된 마당에 일반 민초들에게도 정보기관은 공포의 대상이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김영삼 정부 시설 발생했던 이른바 총풍, 북풍 사건과 김대중 전 대통령 시설 안기부 비밀도청조직인 미림팀이 과정 정·재개 인사 등을 상대로 벌인 광범위한 도청은 대표적인 정치 개입 공작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국내 정보수집 활동의 문제는 별로 부각된 적이 없지만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 등 미숙한 대외공작이나 대북 정보력 부재가 도마위에 올랐다. 특히 요즘에는 김제동 등 연예인을 접촉했다는 얘기가 전해지면서 또 다시 민간인 사찰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국가안보 관련 한 대학 교수는 “과거 어두운 이미지를 청산해야 하는 일은 국민으로 부터 신뢰받는 안보기관상을 추구하는 국정원이 순수 정보기관으로서의 역량구축 등을 통해 앞으로도 지워내야 할 숙제”라며 “현 정부들어서도 정치 사찰 논란이 었었던 만큼 정치개입으로 오해될 수 있는 활동은 없어져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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