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박용현 회장에 이어 두산그룹을 이끌게 된 박용만 신임 회장이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두산그룹이 환경 변화에 적응을 잘 해오면서도 기회주의에는 빠져들지 않았다고 자부했다. 정부가 밀어주는 사업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아무리 어려워도 공적자금을 받지 않는 등 기업으로서 원칙도 잘 지켜왔다고 자부했다.
박 회장은 지난 5일 태평로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취임기념 기자단 오찬에서 “선대가 물려준 사업을 다 정리하고 새롭게 변신하면서도 기업가로서의 원칙을 지켜왔다”며 “또 다른 100년도 곰처럼 우직하게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맥주 등 소비재 중심의 구조였던 두산은 지난 2000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인수를 시작으로 잇단 인수합병(M&A)을 통해 중공업 그룹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그러나 긴 역사를 뒤로 하고 42건의 M&A로 인한 그룹의 체질 변화는 기업문화 정체성에 혼란을 불러왔다.
박 회장은 “두산의 역사가 100년이 넘었지만, 구성원 대부분은 두산 명함을 쓰기 시작한 지 10년이 채 안됐다”며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이제 중요한 것은 하나의 기업문화와 철학이 뿌리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너무 공격적인 경영을 해왔기 때문에 지금은 기업문화 정립에 힘써야 할 때”라며 사람중심이라는 기업문화 정착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지난 2일 취임식 자리에서 제시한 ‘따뜻한 성과주의’를 그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박 회장은 “성과 중심의 냉혹한 시선이 아니라 개인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육성의 눈으로 구성원을 바라보는 게 따뜻한 성과주의”라고 말했다. 조직의 성과를 개인의 성과와 그 팀의 성과로 나눠 보고, 조직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하면 따뜻한 성과주의가 가능하다는 지론이다.
박 회장이 이토록 사람에 집중하는 것은 사람으로 승부 내는 게 가장 확실하고 지속가능한 길이란 믿음에서다. 취임 이후 M&A보다 기업문화를 강조한 것은 인재경영과 관련이 깊다. 박 회장은 “업종을 잘 모르면 업종 쇠태기때 기업 역시 쇠태하지만, 사람이 자산인 기업은 업종이 바뀌어도 살아남는다”면서 “우리가 대표기업”이라고 자신했다.
수차례 진행된 M&A 역시 직원들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시켜주는 도구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박 회장은 “성장 잠재력, 남보다 잘할 수 있는 업종, 인수의 용이성 등 3가지가 M&A의 기준”이라며 “시장에서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사들임으로써 경영의 스피드를 높이는 수단이 바로 M&A”라고 설명했다.
향후 M&A 계획에 대해서는 “지금도 리스트를 놓고 끊임없이 검토하고 있지만, 단순한 지분 참여나 영토 확장을 위한 M&A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