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자동차 맞수 기업인 현대자동차와 도요타자동차가 하루의 시간차를 두고 나란히 미래 경영 전략을 공개했다.
현대차는 10일 ‘고객에게 사랑 받는 친근한 브랜드’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반면 도요타는 11일 ‘고객이 미소 짓게 하는 자동차’를 내세웠다.
두 회사의 캐치프레이즈는 언뜻 볼 때 서로 비슷하다. 그러나 현대차는 ‘감성’, 도요타는 ‘신뢰’를 최우선 키워드로 내걸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품질 자신 붙은 현대차, 감성 공감대 키운다=현대차가 전면에 꺼내 든 ‘친근한 브랜드’ 이미지 카드 뒤에는 품질과 브랜드 가치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자신감이 담겨있다. 품질에서는 어느 정도 자신이 붙은 만큼 이제는 자동차 외적인 측면을 소비자에게 어필하겠다는 뜻이다.
현대차의 향후 마케팅 전략을 살펴보면 단순한 제품 홍보에 국한하지 않고,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해 새로운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조원홍 현대차 마케팅총괄 전무는 “보다 많은 고객으로부터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고객들의 실질적인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공감대가 필요했다”며 “현대차가 벌일 ‘리브 브릴리언트’ 캠페인은 감성 기반의 소비자 공감대를 형성할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현대차가 감성 기반의 마케팅을 추진하는 데에는 후계자인 정의선 부회장의 감성경영 고집과도 맥이 통한다.
정 부회장은 디자인과 성능 측면에서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품질 혁신을 주문해왔다. 정 부회장은 미래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무기로 소비자의 감성을 점찍었다. 특이한 색상을 외부 도장에 도입하고, 독특한 구동 효과음을 공개 응모를 통해 만드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현대차가 만드는 각종 제품에는 감성 품질을 강화하고자 하는 내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리브 브릴리언트’ 캠페인도 이같은 감성 품질 강화의 일환이 될 것”고 분석했다.
◇품질서 상처 받은 도요타, 신뢰 구축 최우선=‘품질 세계 1위’를 자임했던 도요타는 2009년 발생한 사상 최악의 리콜 사태 이후 끝없는 추락을 경험했다.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 이후 바닥을 친 도요타가 꺼낸 카드의 핵심은 ‘기본 챙기기’와 ‘소비자 신뢰 회복’이다.
일단 전 상품군에 걸쳐 플랫폼 통일을 추진하고, 기본 부품의 공용화를 확대한다. 특히 소비자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주행 성능 측면에서는 높은 수준의 공용화를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계획이다.
수석엔지니어의 권한 강화 역시 기술 강화를 통한 신뢰 구축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도요타는 수석엔지니어와 제품기획본부장까지 이르는 의사 결정 구조를 3단계에서 2단계로 줄였다. 기존의 제품군별 센터장 역할을 수석엔지니어가 겸하는 셈이다.
수석엔지니어의 권한 강화로 기술 영역에 대한 책임은 더 강화되고, 의사 결정이 빨라짐에 따라 상품 개발에 대한 효율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각 지역별 R&D 거점을 강화해 품질 혁신을 꾀하고, 판매지역별 요구에 따라 적정한 수준의 자동차를 공급해 소비자와 공감대를 이루겠다는 전략도 소비자 신뢰 회복과 연결된다.
도요타 관계자는 “고객이 도요타의 제품을 보고 자연스럽게 미소 지을 수 있도록 쇄신하겠다는 것이 이번 전략의 핵심”이라며 “기본에 입각한 전략으로, 소비자와의 신뢰를 회복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