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규칙 기재사항에 학생의 두발·복장 등을 의무적으로 추가하고 학칙 제·개정 절차에 학생과 학부모, 교원 등의 의견 수렴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이 1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로써 서울, 경기, 광주 등이 만든 학생인권조례가 사실상 효력을 잃었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미 학생인권조례가 공포돼 시행되고 있는 일선 학교 현장에도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시행령 개정안 제9조1항8호에 따르면 앞으로 학칙 기재사항에 학생의 두발·복장 등 용모, 교육 목적상 필요한 학생의 소지품 검사,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의 사용에 관한 사항 등을 의무적으로 추가해야 한다.
기존에는 학생 포상, 징계 외의 지도방법 및 학교 내 교육·연구활동 보호와 질서 유지에 관한 사항 등만 명시돼 있었다.
교사가 임의적으로 두발·복장 등을 지도하는 것은 금지되며 학칙을 제·개정할 때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와 교원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
학생인권조례와 각급 학교의 학칙이 충돌할 경우에는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학칙이 우선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일선 학교 현장에는 혼란이 우려된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인권조례와 학칙이 충돌할 경우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학칙을 우선하게 되면 인권조례는 사실상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며 “학생을 지도하는데 있어서 헷갈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초·중등교육법이 학생인권조례의 상위 법령이기 때문에 서울과 경기 등의 학생인권조례는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칙으로 생활규칙을 정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어 초·중등교육법과 상충된다.
교과부는 “개정된 법안은 조례보다 상위법이므로 학생인권조례에 근거해서 교육감이 학칙을 규제할 수 없다”며 “단위 학교에서의 민주적 의사결정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측은 “학칙 제·개정의 자율성이란 것도 조례의 범위 안에서 자율이기 때문에 학생인권조례의 영향력은 그대로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교과부는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학생자치활동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학생자치과를 신설하고 이달 중 학교규칙 및 학생생활협약 운영매뉴얼을 제작해 각 학교에 배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