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이 위기 타개를 위해 영입한 외국인 수장들이 카를로스 곤 닛산 최고경영자(CEO)처럼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지난 달 18일(현지시간) 닛폰판유리(NSG)의 두 번째 외국인 CEO 크레이그 네일러가 사임하면서 일본 내 외국인 CEO들의 애환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앞서 주요 활동 영역이 해외로 확대하면서 해외 현지 사정에 밝은 외국인들을 CEO로 앞다퉈 영입했다.
일본재외기업협회의 조사 결과, 작년 3월 현재 해외 법인의 외국인 사장 비율은 24%로 4명 중 1명 꼴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문화 차이로 인해 계속해서 이방인 취급을 받다 내쳐지는 형국이다.
네일러 CEO는 일본인 이사 등과 경영 전략에서 입장차를 줄이지 못해 결국 물러나는 길을 선택했다.
소니의 하워드 스트링거도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지난 달 일본인에게 CEO 자리를 내준 데 이어 오는 6월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물러난다.
앞서 올림푸스의 마이클 우드포드 CEO도 내부 정보를 폭로해 비리를 캐냈지만 끝내 회사로 복귀하진 못했다.
브라이언 살스버그 맥킨지의 도쿄법인 책임자는 “외국인 CEO가 줄줄이 이탈하는 것은 일본 기업에서 비일본인 CEO에 대한 장밋빛 기대가 빛을 잃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닛산은 르노가 자사 지분을 대량 매입했을 때, 마쓰다는 포드가 자사 지분 33.4%를 인수했을 때 각각 외국인 CEO를 영입했다.
아오조라은행은 미국 사모펀드 서버러스가 인수한 이후 브라이언 프린스를 사령탑에 앉혔다.
그러나 일본 기업에서 파란눈의 CEO는 환영받지 못했다.
FT는 인맥과 학연을 중시하는 일본의 기업 풍토를 원인으로 꼬집었다.
살스버그는 “일본 기업들이 글로벌해지고 싶었다면 글로벌 기업들처럼 행동해야 했다”면서 “일본 기업들은 글로벌한 인재를 영입하고도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영국 캠브릿지대학 젓지경영대학원의 조지 올콧 수석 펠로는 “일본 기업들은 대부분이 명문대에서 공부한 사람을 뽑고 대학을 졸업한 후 후배를 영입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이를 외국인들이 끼어들기 어려운 요인으로 들었다.
일본 경영 컨설팅업체인 글로비스의 호리 요시토 CEO는 “일본 기업은 외국인 뿐만 아니라 외부인이 끼어들기에도 어려운 조직”이라며 공감했다.
일본에서 가장 성공한 외국인 CEO 중 한명으로 꼽히는 곤 닛산 CEO는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기업은 행동은 적극적으로 하고, 말은 적게하는 CEO를 선호한다”며 의미심장한 견해를 나타냈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 기업들이 비일본인 CEO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FT는 여전히 일본 기업들은 글로벌한 경영을 위해 외국인 CEO를 물색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