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원개발 허와 실]"자주개발률이 뭐길래" 경제성 없어도 돈 ‘펑펑’

입력 2012-05-1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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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자립 강박증 빠진 공기업

연간 사용하는 에너지 가운데 97%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가 자주개발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자주개발률 강박증에 빠져 있는 듯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도하게 설정된 자주개발률을 달성하기 위해 이미 개발된 유망 광구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을 채택하다 보니, 수십조원에 달하는 재원이 투입됐다. 문제는 막대한 재원이 투입된 개발사업의 경제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또 자주개발률 수치 자체를 기준으로 사업이 진행되다 보니 개발한 자원의 국내 도입이 고려되지 않은 채 형식적으로 추진됐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해외자원 개발과 관련한 고위 공무원 비리 의혹까지 발생한 상태다.

이명박정부는 집권 직후 실용외교를 강조하면서 해외자원개발을 그 핵심으로 부각시켰다. 이에 따라 해외 자원 확보를 위한 투자가 급증하면서 2007년 4.2%에 불과했던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이 지난해 13.7%로 늘어났다. 5년 새 3배로 늘어난 것이다. 또 올해까지는 2배인 20%, 2030년에는 35%로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3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UAE 유전 최종본계약 체결식 직후 아부다비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장. 한국석유공사 강영원 사장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홍석우 지경부장관, GS칼텍스 허동수 회장, 권태균 UAE대사(오른쪽부터)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주개발률 계획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필수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정부의 목표대로 1~2년 사이에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을 2배로 올리려면 해외에서 기존에 개발된 광구나 기업을 사들여야 하는데 이 정도 규모를 사들이려면 몇 천억이 아니라 수조원의 외화가 유출이 된다”고 말했다. 재원 조달의 현실가능성은 물론이거니와 그만큼의 외화를 지불할 정도로 경제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

현재도 공기업들은 자주개발률 목표 달성을 위해 전 세계에서 생산광구를 사들이는 데 전력투구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또 “해외자원개발사업은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이 주 대상인데 우리나라는 자원개발의 역사가 짧아 해당 지역에 대한 정보와 조사가 부족하다”며 “그럼에도 정부와 기업 모두 일확천금을 노리며 조급증을 가지고 해외자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우리나라가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정보와 조사가 부족한 것은 쿠르드 지역 유전 개발사업 시건에서도 알 수 있다. 한국에서 최고급·최신의 정보력을 보유한 이명박 대통령조차도 해외자원개발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것.

한국석유공사가 추진한 이라크 북부 쿠르드 지역 유전 개발사업은 현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자원외교라는 명분으로 야심차게 밀어붙인 사업이다. 이 대통령이 2008년 2월 당선자 시절 외국인 지도자로 쿠르드 자치정부 총리를 가장 먼저 만나 사업을 합의한 것은 이러한 맥락이다.

하지만 이학재 한나라당 의원이 석유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쿠르드 유전개발사업의 탐사 시추 결과 원유가 아예 없거나 소량의 천연가스만 발견되는 등 사업성이 희박하다. 이에 따라 석유공사는 개발비 4억여달러를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 쿠르드 사업은 체결 당시에도 사업타당성에 문제점이 많이 됐음에도 정부가 자원외교 홍보에 치중한 나머지 충분한 검토 없이 추진한 것이다.

정부가 자주개발률은 급격히 늘리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개발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수십조원을 투입했음에도 실제 국내 들여온 에너지는 전무했던 것. 아무리 자원개발 사업이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하는 사업이라지만 개발한 자원의 국내 도입을 고려하지 않은 채 형식적으로 자주개발률 제고 위주로 추진한 것은 개선해야 한다는 비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식경제부에서는 2001년부터 석유·가스 및 유연탄, 우라늄, 철광, 동, 아연, 니켈 등 6개 전략광물에 대한 자주개발률 목표를 설정하고 2010년 말까지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및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공기업과 민간기업으로 하여금 총 37조원여원을 투입하도록 해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자주개발률에 너무 치중하다보니 해외자원개발사업의 목적을 제대로 강구하지 않은 채 형식적인 자주개발률 달성 여부만 관리됐다.

감사원은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 해외자원개발 공기업들은 개발한 자원의 국내 도입 가능성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지주개발률 목표를 손쉽게 달성하기 위해 해외광구 지분을 취득했다”고 설명했다. 또 생산물량의 반출이 금지돼 있는 국가에 투자하는 등 필요시에도 국내로 반입할 수 없도록 계약을 체결한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공무원들의 비리도 터져 나왔다. 아프리카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업체 CNK가 현지 광산의 추정 매장량을 허위로 공표해 주가를 끌어올린 CNK 게이트 사건은 최근 이명박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사업 추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 출신으로 ‘영포라인’의 핵심 인물로 분류되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개발률

한 나라의 에너지 자립도를 보여주는 수치로 국내 소비량 가운데 외국에서 개발해 도입할 수 있는 물량 비중이다. 자주개발률(%)={(생상광구총량 X 국내기업 지분율)/총수입량} X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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