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빈곤에 대한 이해 없이 빈곤퇴치는 없다

입력 2012-05-18 15:17 수정 2012-05-1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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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아비지트 배너지·에스테르 뒤플로 지음/생각연구소 펴냄/1만7000원)

세계적인 경제학자 아비지트 배너지와 에스테르 뒤플로가 공동으로 지은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는 부자보다 빈곤층이 더 머리가 좋고 똑똑하다는 것을 일반화하려는 책이 아니다. 전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난하다고 느끼는 데 대한 위로도 아니다.

빈곤 퇴치를 위해 힘쓰고 있는 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현실, 생각,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면 빈곤 해결도 없다”며 “그들이 비합리적이고 게으르며 무능력하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빈곤층이 오히려 가진 것이 적기 때문에 뭔가를 선택할 때 훨씬 더 신중하게 행동한다”고 설명했다. 배너지와 뒤플로가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라는 책 제목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자 빈곤층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인간의 경제적 합리성에 초점을 맞춰 빈곤 문제에 접근한 두 저자의 새로운 시각이 돋보인다. 또 이를 통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몰랐던 빈곤층의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발판을 마련했다.

1부 ‘가난의 덫에 갇힌 사람들’과 2부 ‘가난의 꼬리를 끊어버릴 정책과 제도들’로 나뉜다.

1부에서는 소득, 질병, 교육에 걸쳐 가난에 대해 분석했으며 2부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보험의 필요성과 빈곤층이 돈 빌리는 방법, 가난을 이겨낼 정치의 중요성 등에 대해 밝혔다.

‘가난하다’라는 단어에 대해 ‘먹을 것이 충분치 못한 상태를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했다. 이 논리대로라면 가난한 나라 국민들은 소득 중 먹는 것에 비용을 더 늘려서 배불리 먹어 가난에서 탈출하면 된다는 논리에 빠지기 쉽다.

▲인도는 2004-2005년 당시 5살 아동 4분의 1이 심각한 영향 결핍으로 발육이 부진했다. 사진은 2006년 인도의 수도 뉴델리의 한 거리에서 어린이가 빵을 먹고 있는 모습. 블룸버그
하지만 배너지와 뒤플로는 ‘개발도상국들의 국민은 정말 배고픈 삶을 살고 있는 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소득이 늘어도 배불러 먹지 않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개도국 18곳에 대해 조사한 결과, 사람들의 소비지출 중에서 식품구입에 지출되는 비율은 농촌은 36~79%, 도시의 경우 53~74% 밖에 되지 않는다”며 “가난한 사람들은 먹는 것 외에 술이나 담배구입 등 다른 용도로도 돈을 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많은 나라에서 가난한 사람들 중 상당수가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지만 그 나라의 특성상 식품구입에 돈을 많이 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인도가 대표적이다.

두 저자는 “2004년~2005년 기준 인도 남성의 33%, 여성의 36%가 영양 부족 상태였다”며 “특히 어린이의 경우는 더 심각해서 다섯 살 미만 아동의 4분의 1이 심각한 영양 결핍으로 발육이 부진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는 개발도상국들 중에서도 심각한 수준이었고 인도에서 발육이 부진하거나 쇠약한 아동의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인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보다 2배나 높았다.

인도가 빈곤에 허덕인 이유에 대해 “어떤 음식이 건강에 좋은지를 잘 모른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또 두 번째 이유는 결혼식, 장례식 같은 데 돈을 많이 쓰는 전통도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이 교육에 대해 맹신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빈곤국들의 사람들은 자식이 커서 공무원이나 선생님, 좋은 회사의 사무직원이 되길 원한다. 그러나 가난한 나라에서 그런 일자리 수는 제한적이고 공부를 잘해야만 그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개도국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모나 교사들은 상위권 성적만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며 중하위권 학생들에게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는다. 어차피 부모처럼 농사를 짓거나 장사를 하게 될 텐데 공부를 더 해서 뭐하겠느냐며 체념하고 이로 인해 교육의 질도 떨어뜨린다”고 했다.

후반부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보험 상품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함과 동시의 그 나라 정부가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저자들은 “2007년 인도 소액금융기관인 마이크로파이낸스가 현지에 건강보험 프로그램을 도입했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보험 가입을 원하지 않았다”며 “가난한 사람들은 불행이 닥쳤을 때 자신이 가입한 보험 상품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고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비해 지금 당장 지출을 하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두 저자는 “인간의 깊은 본성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정부의 확고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개입해 현실적인 보험 시장 출현을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선거의 해’인 올해 각 나라에서 정치인들이 빈곤층을 위해 선심성으로 내세우는 일회성 복지정책에 대한 비판과 반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가난 퇴치를 위한 정확한 진단과 현실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도움을 주는 길잡이로 평가된다.

**메인 사진이 없습니다. 책 안에도 없고 출판사에서도 관련 그림이 없다고 합니다. 일러스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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