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보험사기는 일반적이다. 범죄라는 인식이 낮고 보험금을 ‘타내면’ 축하받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영화 ‘수상한 고객들’은 자살로 인한 보험사기를 그리고 있다. 주인공 병우는 보험왕이 되기 위해 자살시도 경력이 있는 사람들의 생명보험 가입을 방조했다.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소녀가장, 틱 장애를 앓고 있는 노숙인, 자식 4명을 거느린 과부 등 ‘죽어서’라도 보험금을 타 내야하는 사회 하층민들은 병우를 통해 보험에 가입한다. 하지만 자살방조죄로 고소를 당한 병우에게 내사가 들어오고 병우는 몇 년 전 이들을 가입 시킨 것을 떠올린다. 면책기간이 끝나기 전 생명보험을 연금보험으로 바꾸려는 병우의 노력은 시작된다.
영화 속 이야기이지만 이들의 사연을 보면 우리사회에 만연한 보험사기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보험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을 미리 대비하는 장치라지만 보험은 그 태생부터 ‘사기’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인간의 강력한 행동 유인 중 하나가 돈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보험이 사람의 나쁜 의도와 연결될 가능성을 이미 시스템 안에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사회 안전망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회 하층민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불의의 사고가 횡재를 부를 수 있는 보험은 어쩌면 로또 같은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11년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4237억 원이었다. 보험사기로 인해 가구당 연 20만원의 보험료를 더 냈다는 통계도 나왔다. 기원 전 300년 한 그리스 상인이 자기배를 침몰시켜 보험금을 챙기려다 물에 빠져 죽은 사례가 보험사기의 가장 오래된 사례이고 우리나라에서는 1924년 4월2일자 매일신보에 보도된 허위 사망신고가 가장 오래된 보험사기이다. 보험의 역사만큼이나 보험사기도 그 뿌리가 깊다.
정부와 보험업계는 매일같이 다양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어떤 대책도 보험사기를 효과적으로 막지 못하고 있다. ‘우연히’ 차에 살짝 스치더라도 무조건 병원에서 드러눕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불건전한 상식’이 보험사기 근절의 가장 큰 걸림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