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수술거부’명분 찾기에 나섰다. 정부의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에 반발하며 백내장, 맹장 등 7개 질환군에 대한 수술거부 의사를 밝힌 의협은 최근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국민여론조사를 통해 수술거부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14일 송형곤 의협 대변인은 “포괄수가제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국민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조사 결과 포괄수가제를 찬성하는 의견이 더 많다면 수술거부 방침을 철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의 이같은 입장 선회는 포괄수가제 대상질환에 대한 ‘집단 수술거부’ 발표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데다 각 의사회 내부에서 조차 ‘수술거부는 신중해야 한다’며 선긋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마디로 수술거부에 대한 명분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경기도의사회 장재규 처장은 “포괄수가제에 반대하는 의사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진료거부에 관련해서는 어떠한 입장도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면서 “진료를 포기하는 것에 대해 경기도의사회의 각 과마다 내부적으로 입장을 정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비인후과개원의협회 신광철 공보이사는“수술포기는 결정된 사항이 아니다”라며“의협이 내부적으로 수술거부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수술거부 의사를 밝힌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관계자도“안과의 백내장 수술과는 달리 제왕절개와 맹장은 모든 환자가 응급 상황”이라며 “수술거부를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점을 감안할 때 현재로선 12년 전 의약분업 파업처럼 의료대란이 현실화 될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의협은 여론조사 전문기관을 통해 국민 1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뒤 포괄수가에 찬성하는 의견이 많으면 수술거부 입장을 철회할 예정이다. 발표시기는 포괄수가제가 확대 시행되는 7월 1일 전후다.
◇포괄수가제는 전국 어느 병원에서 수술을 받더라도 미리 책정된 진료비를 내도록 하는 제도다. 다음달 1일부터 전국 병·의원급에 당연 적용된다. 대상 질병은 백내장과 편도, 맹장과 탈장, 치질, 자궁수술과 제왕절개 분만 등 7개 질병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