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유장희號' 두달…재계 때리기보다 호흡맞추기

입력 2012-07-1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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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개 대기업 동반성장지수 평가, 서비스업 적합업종 선정 돌입…中企 불공정행위 고통 여전

▲지난달 11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지식경제부-대기업 성과공유 자율추진 협약식에서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허창수 전경련 회장,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유장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2기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한지 두 달이 지났다. 정운찬 전 위원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유장희 위원장은 재계를 밀어붙이기 보다 호흡을 맞추려는 모습이다. 유 위원장은 성과공유제를 중심으로 동반성장을 이끌어 갈 것을 분명히 내비치며 기존 정 전 위원장의 노선에서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대기업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행위가 발견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향후 유 위원장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출범 1년6개월 성과는 = 지난 5월 10일 동반위는 진행 중인 사업들 가운데 하나인 ‘동반성장지수’를 발표했다. 56개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동방성장지원 실적을 평가해 반영한 것이다. 삼성, 현대차 등은 ‘우수’ 등급을 받은 반면, 7개 대기업이 최하위 ‘개선’ 등급을 받았다.

또 동반위는 지난해 제조업 82개 품목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했다. 올해 3월부터는 상시로 적합업종 신청을 받았다. 제조업체의 선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동반위는 지난 5월 ‘서비스업 적합업종 관련 공청회’를 열고 유통·서비스업 분야의 적합업종 선정에 들어갔다.

가장 큰 성과는 무엇보다 동반성장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동반위에 반발하며 비협조적이던 대기업들도 점차 중소기업과의 상생이 필수임을 인식하고 자체적으로 동반성장 행사를 여는 등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 불공정 행위 여전히 성행 =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는 등 동반성장의 현주소는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건설업종의 경우 종합건설사가 공사 낙찰을 받는 과정에서 가점을 받기위해 하도급 관리계약서에 일정 수준의 금액을 적어낸 이후 실제 하도급 계약 시에는 당초 금액과 달리 최저가로 주는 행위가 드러나기도 했다. 이들은 수십 개 하도급 업체가 경쟁하고 있는 상황을 이용해 포기각서를 받은 것이다. 동반위 홈페이지에 ‘소통광장’이란 이름의 게시판은 이 같은 부당함을 호소하는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한건설전문협회 한 관계자는 제도의 도입이 아닌 엄정한 실행을 촉구했다. 그는 “매번 강화된 처벌을 내세워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도 고쳐지지 않는다”며 “이미 나와 있는 제도로도 충분히 가능하며 이를 통해 동반성장의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맞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유 위원장의 행보에 대해서도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서비스업 적합업종 선정이 늦어지는 것과 관련해 유 위원장의 추진력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4일 열린 ‘서비스업 적합업종 공청회’에서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들은 공개적으로 동반위의 조속한 추진을 요구했다.

유 위원장은 이날 “서비스업이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때문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며 “업계의 바람을 고려해서 서비스업 적합업종 선정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기업을 포함시키는 경우 통상마찰을 일으킬 수 있어 무작정 속도를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은 제조업과 달리 구조적으로 복잡하고 따져야 할 사안이 많아 이를 정확히 분류하고 선정하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기업들의 지속적인 불만도 외면하기 어렵다. 이들은 동반성장지수를 평가하는 기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이 경쟁력을 갉아먹는다고 비판했다. 특히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협력이익배분제(이익공유제)’의 경우 유 위원장조차 배제하는 모습을 보여 향후 시행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오완진 동반위 운영부 부장은 “위원회의 본모습은 이슈를 발굴해 정책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이상적인 모습이지만 구조, 재원에 한계가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반기에는 업종별 위원회를 활성화하는 구상을 하는 등 능동적으로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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