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 집중력을 4세대(G) 롱텀에볼루션(LTE)에 쏟아 붓고 있는 KT가 와이브로를 장기적으로 ‘시분할 롱텀에볼루션(TD-LTE)’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혀 KT 와이브로 사용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 사장은 1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와이브로는 장비를 만드는 업체가 없어 글로벌 시장에서 고립되고 있다”며 “와이브로 주파수를 재할당받아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해도 구매할 장비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글로벌 추세에 맞춰 TD-LTE를 도입해 와이브로 생태계를 확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국내 최대 와이브로 사업자인 KT의 사장이 공식석상에서 한 발언이어서 KT가 주파수 효율화 차원에서 와이브로 사업을 중단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KT는 올해 3월부터 와이브로 프로모션 할인 정책을 중단했다.
현재 와이브로 지원이 되는 HTC ‘이보4G+’ 스마트폰 사용자와 와이브로 단말기 ‘에그(EGG)’ 등 사용자들은 KT가 와이브로 서비스를 쉽게 중단하진 못하겠지만 향후 추가 투자가 없을 거라는 측면에서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이 같은 KT의 발표가 있자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서는 와이브로 품질에 대한 불만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와이브로 사용자들은 “청주에서 서울까지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올라갈 때 예전에는 안 끊기고 잘되더니 요즘에는 군데 군데 끊기고 난리다”, “안테나가 풀로 잡히던 곳이 이제는 반 밖에 안잡힌다. KT가 관리를 안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6년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KT 와이브로 가입자 수는 2007년 10만3000명, 2008년 15만7000명, 2009년 28만5000명, 2010년 36만5000명으로 늘었으며 2011년 65만명을 넘어섰으며 LTE 대비 넓은 전국망 커버리지와 저렴한 요금 덕분에 가입자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이 같은 인기는 와이브로를 와이파이 신호로 바꿔주는 소형 단말기 ‘에그’의 인기에 힘을 얻은 면이 강하다. 에그 하나만 있으면 스마트폰, 스마트 패드, 노트북 다(多)기기로 와이브로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KT는 지난해 와이브로 사업에서 2000억원 이상 적자를 기록했고, 2018년까지는 누적적자가 1조7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현행 전파법에서는 사업자의 신청에 의해 주파수 용도 변경이 불가능하므로 KT가 와이브로용 주파수를 반납한 후 TD-LTE 용으로 다시 할당받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KT가 지난 3월 와이브로용으로 주파수를 재할당받았기 때문에 용도를 전환하는 것이 쉽진 않을 전망이다. KT가 LTE 망 구축을 위해 2세대(G) 서비스를 종료했을 때도 법원의 결정이 있기까지 1년여의 시간이 소요됐고 가입자들의 반발이 거세 방통위도 종료 승인을 두 차례 유보했었다.
KT 관계자는 “TD-LTE로 전환하면 와이브로 기지국 장비의 85% 정도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며 “해외 와이브로 사업자인 미국 클리어와이어, 러시아 요타 등도 와이브로 투자 중단과 LTE 전환 계획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한 때 KT가 와이브로 전국망을 앞세워 4세대 통신망이라고 마케팅 했었지만 대세가 LTE이므로 시대의 흐름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어서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