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대 이슈가 되고 있는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압박과 반기업 여론이 대표적이다. 이익추구라는 기업의 본래 목적만을 앞세운다고 더 이상 지속성장이 가능하지 않다는 반증이다.
최근 롯데그룹은 자영업자와 중소상인들로부터 공공의 적으로 낙인찍혔다. SSM으로 골목상권 진출에 이어 납품 도매사업에까지 손을 대며 중소상인을 죽이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영세납품업체에 대한 백지위임계약서 종용, 카드사를 통한 리베이트 요구와 차별적인 카드수수료율 적용 등 불공정 거래를 서슴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이들은 지난 16일부터 롯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시작했다.
롯데그룹은 부실경영 등 내부 요인이 아닌 승자독식 경영이라는 사회적 여론 악화로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함께’가 아니라 ‘나홀로’ 경영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위기가 심화될 수록 기업들은 경쟁 일변도의 승자 독식에서 벗어나 협력을 중시하는 공존 경영으로 경영전략을 수정한다. 기업간 출혈경쟁과 파괴적 경쟁으로 인한 공멸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때 경쟁자와 손을 잡고 공동개발과 공동마케팅이 활발해지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경영도 중요한 트렌드로 부상한다.
또 고객, 직원,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을 높여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나선다. 착한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미래 생존력은 제품 경쟁력과 함께 사회친화적인 경영”이라면서 “불황기에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한 기업은 불황 이후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기업의 위기극복이 중소기업, 고객, 사회적 약자 등과 함께 하는 이유다. 특히 위기 이후 등장하게 될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가 가져올 영향을 선제적으로 흡수함으로써 또 다른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에 협력업체 등 이해관계자들과 동행해야 하는 대기업들은 보다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협력·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개별기업의 경쟁력은 물론 협력사와의 연대를 통한 공동체적 경쟁력을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6월 13일 개최된 ‘동반성장 소통의 장’은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협력사와 함께 소통하는 기업문화 정착을 위해 대내외 경영환경 전망과 상생협력 추진현황 등을 공유하고 협력사의 궁금증 해소와 애로사항 등을 논의했다.
2009년 8월 출범한 ‘삼성전자 혁신기술기업협의회’는 뛰어난 기술력과 역량을 보유한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비즈니스 파트너로 육성하기 위한 삼성전자 고유의 상생협력 제도다. 기술개발 지원과 삼성전자와의 공동개발과제 추진, 신제품 개발 참여 등을 통해 중소기업들은 신규 비지니스 기회를 창출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 11개 계열사와 2560여 개 중소 협력사가 함께 지난해보다 강화된 ‘2012 동반성장협약’을 체결하고 전체 협력사들의 지속성장을 위한 다양한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1차 협력사는 물론 2,3차 협력사를 아우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중소 협력사를 위해 운영자금 대출에 대한 은행 금리 2% 지원 및 연구개발?시설투자 지원 등을 위해 지난해 4127억원보다 약 50% 증가한 6190억원의 자금도 지원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 6월 한국정책금융공사 등과 손잡고 1000억원 규모의 동반성장 사모투자펀드(PEF)를 결성했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협력업체를 대출이 아닌 직접 지분투자 방식으로 지원함으로써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새로운 시도다. SK그룹은 협력업체 가운데 성장 가능성은 높지만 R&D나 공장증설 등을 위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업체에 우선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투자규모는 50억원 안팎.
최태원 회장은 “협력업체와 진정한 행복동반자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일회성 지원 대신 본질적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PEF 모델’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협력업체에 평균 5억원 안팎의 사업자금을 저리로 대출해 주는 3210억원 규모의 ‘동반성장 펀드’도 운영하고 있다.
최근 기업의 공존경영의 특징은 경영활동과 별개의 시혜적 차원을 벗어나 중장기 비즈니스 전략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상적 경영활동의 일환으로 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장기적 성장과 기업의 지속성을 위해 공존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특히 경제위기 이후 성장한 기업의 공통점은 기업 생태계의 일원으로 공생경영의 시너지를 극대화한 협력문화를 갖춘 기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