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열린 고용’정책을 추진하면서 고졸 취업자들이 늘고 있지만 정작 공공기관의 채용은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열악한 처우·직장내 차별 등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어 제도 보완 및 전반적인 고용 문화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고졸채용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도와 함께 기업들의 발 빠른 대응으로 주목을 받았다. 삼성은 국내 그룹사 중 최초로 고졸 공채를 시작했고 공기업들과 금융기관들도 고등학교 졸업생 채용에 나섰다. 이에 힘입어 고졸채용은 조금씩 늘어났으나 최근에는 상승곡선이 둔화하고 있다. 특히 공기업의 고졸 채용성적은 기대 이하에 머물고 있다.
지난달 기획재정부가 발표한‘공공기관 신규채용 및 고졸자 채용확대’현황을 보면 288개 기관이 상반기 중 577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연간 목표치인 2508명의 23.0% 수준에 그쳤다. 오히려 일반 사기업이 활발하게 채용한 것이다.
국내 민간 기업들도 사정이 크게 다르진 않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기업 31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3년 전에 비해 고졸 채용을 확대했다고 답한 기업은 21.0%에 그쳤다.
기업 규모 별로는 대기업 24.0%, 중소기업 17.9%가 고졸 채용을 늘렸다고 답해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고졸 채용이 역시 저조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고졸 고용률이 증가하고 있어 작년 9월 59.8%였는데 같은 해 말에는 60.9%, 지난 5월은 61.6%를 기록했다”며 “그러나 2~3년 전에 비해 고졸채용 증가 폭이 둔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 내부에서 고졸에 대한 시선역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무엇보다 고졸자들이 막상 취직을 해도‘취업 현장’이라는 현실의 벽을 넘어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열린 채용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애로 중 하나로 직장 내 보이지 않는‘차별’을 꼽았다.
실제 올해 서울의 한 특성화고를 졸업한 이모군(19)은 유망 중소기업에 입사했지만 열악한 처우과 직장내 보이지 않은 차별로 1개월만에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이군은 현재 대학 입시를 준비 중이다.
이군은“취직을 했다는 뿌듯함은 일주일이 채 못갔다. 마치‘고졸’이라는 딱지를 몸에 붙인것마냥 동료들의 시선이 따가워 회사를 그만뒀다”고 푸념했다.
권태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기업 내부에는 고졸자를 위한 교육시스템이 아무것도 없다. 결국 실망해서 다시 대학을 진학하게 된다”며“중장기적으로 고졸채용이 확산되는 문화로 가야하고 기업의 인사관리 시스템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졸채용시장에서 인문계 학생들이 배제돼 있는 것도 개선해야 할 과제다.